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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4 |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10월 16일의 ‘조로 외교관계 77돐 연회’는 그 자체로 북한 외교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행사 내용은 정형화된 수사와 상투적인 충성 발언의 반복으로, 실질적인 외교성과나 구체적 협력 의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마쩨고라 러시아 대사의 연설은 ‘두 나라의 철의 기초’와 ‘해외작전부대 열병’ 같은 감상적 표현으로 가득했으며, 북한 외무상 최선희의 발언도 ‘전면적 개화기’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등 과장된 어휘로 치장되었을 뿐 현실적 교류의 내용은 공백으로 남았다.
북한이 반복적으로 의존해온 ‘기념일 외교’는 실질적 협력보다는 체제선전의 무대로 전락했다. 외교적 고립 속에서 ‘연회’라는 무대를 통해 국제적 연대의 환상을 연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선희 외무상은 조로관계가 “전례 없는 폭과 심도를 가지고 활력 있게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양국 관계는 구조적 불균형 위에 놓여 있다.
러시아는 북한을 정치적으로는 서방 견제의 도구로, 경제적으로는 제한적 군수·노동력 공급지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엔 제재 체제의 뒷문을 찾는 수단으로 러시아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라기보다 상호 필요에 따른 ‘제재 회피 동맹’에 가깝다.
마쩨고라 대사가 언급한 “김일성광장에서 두 나라 국기를 들고 행진하던 부대”는 북한의 대내선전에 철저히 활용되는 장면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예우가 아니라, 북한이 자국의 핵무력 과시와 군사적 자주노선을 ‘러시아의 묵인’ 속에 정당화하려는 상징이다.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 과시를 통해 서방 제재에 맞서는 ‘대항전선’을 연출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냉전적 재편의 단면이다.
북한은 여전히 “두 나라 인민의 복리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언급하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 교류 대신 정치적 상징만 강조되는 이 구조는 외교의 자율성 상실과 의존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외교무대는 국제사회와의 대화 대신, 러시아·중국 중심의 ‘폐쇄적 연대’로 수축되고 있다. 이번 ‘조로 외교관계 77돐 연회’는 북한이 자주적 외교를 상실하고 선전적 구호만 반복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략적 협동” “철의 우정”이라는 표현은 실질적 외교성과의 부재를 감추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연회는 외교의 장이라기보다 고립된 체제가 자존심을 지탱하기 위해 벌이는 상징극이었다.
북한의 외교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념연회’가 아닌 실질적 협상과 국제적 신뢰 회복의 길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