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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14 |
노동신문이 보도한 천리마타일공장 로동계급의 혁신적 성과는 표면적으로는 ‘생산계획의 초과 달성’과 ‘자력갱생의 승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서술은 북한 경제 보도의 전형적 선전 구조, 즉, 실제 경제성과보다 ‘충성경쟁’을 부각하는 정치적 기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공장은 “년간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하고, 당 창건 80돐을 맞아 수백만㎡의 타일을 증산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생산량, 품질 지표, 수출·내수 수요 등은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성과의 실체’를 입증하지 못한 채 정치적 상징성만 강조하는, 성과 없는 “계획 초과”의 레토릭이다. 북한의 국가경제관리체계가 여전히 실적보고 중심의 명령경제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낸다.
기사의 절반 이상은 김정은 개인의 ‘현지지도’와 “하늘 같은 믿음”을 강조한다. 생산 혁신의 원인을 기술·경영 개선이 아니라 “총비서의 믿음에 대한 충성심”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서술은 경제적 동기를 철저히 정치적 충성으로 대체하며, 노동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억압하는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지배인을 비롯한 공장일군들이 들끓는 생산현장에 좌지를 정했다”는 문장은,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정치적 감시와 ‘현장지도’ 중심의 통제경제를 은근히 드러낸다. 이는 혁신의 자발성이 아닌, 감시와 동원의 강화로 귀결된다.
노동신문은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맹렬히 벌였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실제로는 낙후된 생산설비의 ‘보완 노력’을 미화한 표현이다.
“정비보강사업에서 기본방도를 찾았다”는 표현은, 신기술 도입보다는 노후 설비의 임시 수리와 재활용을 의미한다. 북한 산업의 만성적인 설비·부품 부족 문제를 감추기 위해 ‘과학기술 의거’라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적인 생산공정에 정통”하다는 문구는 국제 기술 기준과의 비교 없이 사용된다. 이는 ‘현대적’이라는 정치적 수사일 뿐, 실제로는 1970~80년대 수준의 설비 개조를 ‘혁신’으로 포장한 가능성이 높다.
“계속혁신, 계속전진”은 김정은 시대 이후 반복되는 총동원 구호형 노동체제의 상징어다. 계획 초과 달성 이후에도 “기세를 늦추지 말라”며 추가 증산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자들의 연속적 과로와 생산 압박을 제도화하는 것과 같다. 이는 북한 산업 현장에서 빈번히 보고되는 장시간 근무, 임금 미지급, 안전사고의 구조적 원인이기도 하다.
생산목표를 “당창건 기념일”과 같은 정치적 행사와 연동시키는 것은, 경제를 정치 의례화하는 체제의 고질적 특성이다. 생산은 인민의 생활 개선이 아니라, “충성의 증거”로만 기능한다.
노동신문이 강조하는 “천리마정신”은 1950~60년대 김일성 체제의 상징적 개발 신화이지만, 오늘의 천리마타일공장 보도는 그 신화의 복제품에 불과하다. 기술, 자원, 시장 모두 고립된 상태에서 “계획 초과 달성”을 외치는 것은 자력갱생이 아니라 자력소진이다.
‘혁신의 기상’은 경제적 발전의 신호가 아니라, 체제 선전의 소음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