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14 |
조선신보가 17일 보도한 대동강식품공장의 ‘평양’ 상표 된장과 고추장 선전은, 전형적인 ‘생활 미화’식 선전의 또 다른 사례로 보인다. 기근과 물자 부족, 열악한 위생 환경 속에서 “조선장의 고유한 맛”을 강조하는 것은 실질적 식량 현실을 감추려는 상징적 장식에 가깝다.
조선신보는 “홍당무우, 까나리 등이 원료인 어린이메주장도 인기”라며 ‘평양’ 상표 제품의 다양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실제 주민들의 식생활을 반영하지 않는다. 장류는 북한에서 가장 기초적인 단백질 대체식이지만, 장기적인 콩 수입 감소와 지방 농촌의 원료난으로 인해 실제 공급은 극히 제한적이다.
‘평양’ 상표는 실질적 생산 규모보다는 정치적 상징으로 소비된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는 “자력갱생형 식품산업”의 대표 모델로, 평양의 식품공업이 지방보다 우월하다는 체제 선전의 도구다. 현실은 ‘평양 외부’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 콩단백 대체재 부족, 그리고 가짜 장류 유통의 만연이다.
보도에서 “고운 색갈과 독특한 향기, 달콤하면서도 매운맛”이라는 수사는 식품 과학보다는 체제 찬양의 언어에 가깝다. 실제 북한 식품공업에서는 화학 조미료나 저가 첨가제를 사용해 맛을 보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동강식품공장은 과거에도 ‘쌀고추장’과 ‘콩단백’ 제품으로 주민 선전의 중심이었지만, 생산량 자체는 ‘전시용’이었고 내수 보급은 미미했다. 이번 기사 역시 “조선장”이라는 민족 자립의 이미지를 빌려, 대내외적으로 ‘생활 향상’의 인상을 주려는 정치적 연출로 해석된다.
북한의 식품 브랜드화는 체제 안정 선전의 한 축이다. ‘평양’ 상표는 품질의 보증이 아니라 ‘충성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즉, 인민의 생활 향상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도구로만 존재한다.
대동강식품공장과 같은 기업소들은 실질적 자율 경영이 아닌 ‘당의 지시 계획’ 하에 움직이며, 생산보다 ‘보도와 사진’이 우선이다. 결국 ‘조선장의 고유한 맛’은 체제 홍보를 위한 미화된 허상일 뿐, 주민의 식탁에는 여전히 빈 그릇과 희석된 장국만 남는다.
결론적으로, 조선신보가 내세운 ‘평양표 된장·고추장’의 성공 신화는 북한 사회의 만성적 결핍을 감추기 위한 정치적 미장선(美粧線)이다. 실제의 ‘맛’이 아니라, 통제된 선전의 ‘언어’가 인민의 입맛을 대신하고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