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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5 |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10월 17일 김정은의 신의주온실종합농장 현지지도 보도는, 익숙할 만큼 반복된 장면이다.
“마감단계,” “현지지도,” “당의 기대에 부응”이라는 수사는 지난 수년간 거의 모든 ‘지방혁신사업’에 붙어온 관용구다. 실제로 신의주온실은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90% 완공’ 소식이 전해졌지만, 완공 시점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방대한 면적의 건축공사를 기본적으로 끝냈다”는 표현은 진척의 실질적 증거라기보다, 성과보고용 문장에 가깝다.
김정은은 “지역경제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촉진한다”고 강조했지만, 신의주온실은 실제 농업생산보다는 ‘전시 효과’를 위한 기획사업이다. 농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대규모 온실단지는 고도의 전력·용수·유리 공급망이 필요하며, 북한의 열악한 에너지 사정에서 지속 가능한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지방자립경제’의 상징으로 포장된 이 농장은 오히려 중앙의 정치적 과시를 위한 실험장이자, 주민들의 식량난과는 동떨어진 ‘쇼윈도 농업’에 불과하다.
보도에서 김정은은 “섬지역의 특색을 살린 원림경관 조성”과 “환경보호 및 관리의 전문성 제고”를 지시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현실의 북한 농촌은 화학비료 남용, 토양침식,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민들의 농지와 생활환경이 피폐한 상황에서 ‘이채로운 원림경관’이라는 표현은 지도자의 미학적 과시욕을 위한 언어일 뿐이다. 환경정비와 경관조성은 실제로는 농민 동원과 추가노동을 의미한다.
건설 주체로 언급된 것은 또다시 ‘군부대’와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다. 이는 북한식 ‘지방발전정책’이 본질적으로 노동력 착취형 동원경제임을 보여준다. 군인과 청년들을 ‘영웅’이라 칭하며 미화하지만, 실상은 임금 없는 강제노동이다. 지방의 경제적 자립이 아니라, 중앙의 명령경제가 ‘청년혁명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된 것이다.
보도의 마지막 문장—“영광의 당대회에 선물하리라”—는 이 온실건설의 진짜 목적을 드러낸다. 이는 농업개선도, 주민복지도 아닌 ‘정치적 헌정사업’이다. 김정은 체제의 모든 건설 프로젝트가 그렇듯, 생산보다 ‘충성’이 우선되고, 결과보다 ‘보고용 사진’이 중요하다.
결국 신의주온실은 굶주린 인민을 위한 온실이 아니라, 정권 선전용 유리관(溫室)이다. 투명한 유리 속에 갇힌 것은 작물이 아니라, 북한의 ‘거짓된 번영’ 그 자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