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15 |
조선신보가 보도한 「청진어린이교통공원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리유」는 겉으로 보기엔 북한의 ‘후대사랑’ 선전을 위한 전형적인 홍보 기사다.
기사 전체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 “푸르싱싱한 록지,” “정갈한 시설” 등의 표현으로 도배되어 있으며, 실질적인 교통안전 교육의 수준이나 유지·운영 체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러한 서술은 북한 당국이 ‘현실’보다 ‘형식’을 강조하는 선전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조선신보는 교통지식을 놀이와 결합해 “재미나는 놀이 속에 인식시켜준다”고 자찬하지만, 북한의 현실 교통환경은 극히 낙후되어 있다. 도로 인프라의 미비, 차량 정비 부족, 교통 신호체계의 불안정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차량보다 자전거, 손수레, 군용 트럭이 더 흔한 북한에서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은 실제적인 필요보다 상징적인 ‘문명국가 이미지’ 연출에 가깝다.
게다가 “전자도서실”이나 “립체률동체험실” 같은 표현은 정보통신 기반이 열악한 북한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전력 사정이 불안정하고 컴퓨터 보급률이 극히 낮은 지역에서 이런 첨단시설을 ‘일상적’으로 운영한다는 주장은 신뢰성을 상실한다.
“후대교육을 위한 종업원들의 헌신적 노력”이라는 문장은 기사 전반의 핵심 선전 문구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강조하는 ‘후대중시정치’의 일환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인도주의적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사, 관리원, 노동자들의 무보수 동원과 장시간 근무, 지방 당조직의 성과 압박 속에 이뤄지는 ‘자발적 헌신’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미화된 서술은 “당의 배려 속에서 아이들이 웃는다”는 고정된 서사를 강화하며, 교육 시설의 실질적 질이나 지속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충성심을 부각시키는 기능을 한다.
“새로 꾸린 듯한 정갈한 시설”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북한의 지역 간 격차를 드러낸다. 청진은 비교적 규모가 큰 도시지만, 함북 내 농촌이나 산간 지역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낡은 교실, 난방이 되지 않는 학교, 교재 부족 속에서 공부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일부 도시의 전시용 시설만을 치장하는 것은, 체제 선전용 ‘쇼케이스’일 뿐 교육 복지의 확산과는 거리가 멀다.
조선신보의 보도는 결국 ‘후대사랑’이라는 감성적 서사 뒤에 감춰진 구조적 모순을 덮는다. 북한 사회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종종 선전용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교육 자원 부족, 체제 선전의 강요, 부모 세대의 경제적 궁핍이 자리한다.
“청진어린이교통공원”은 교통안전보다 체제안전, 즉 ‘이미지 관리’를 위한 공간이다. 북한의 진정한 후대사랑은 전시용 공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배우고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마련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