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51] 트럼프의 IVF 정책 - 더 나쁠 수도 있었지만, 여전히 잘못되었다
  • 라이언 앤더슨 Ryan Anderson is president of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His most recent book is Tearing Us Apart: How Abortion Harms Everything and Solves Nothing. 윤리 및 공공정책센터 대표

  • 트럼프 행정부가 목요일 발표한 체외수정(IVF) 정책은, 우리가 기대할 수 있었던 것 중 ‘가장 덜 나쁜’ 정도에 불과하다. 세부 사항은 아직 공표 중이지만, 백악관의 설명에 따르면 IVF 의무 조항이나 정부의 직접적인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오바마 시절의 피임보험 강제 규정이나 낙태에 대한 납세자 자금 지원과 같은 사태를 우려했던 이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종교 자유나 양심의 자유를 직접 침해하는 조항은 없으며, 납세자 자금이 IVF에 직접 쓰이게 되는 일도 없다.

    그러나 ‘덜 나쁘다’는 것은 여전히 나쁘다는 뜻이다.

    이번 정책의 전반적 방향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인 IVF를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정책 자체가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 비록 미국인들이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지는 않더라도, 국가 정책 차원에서는 IVF의 확산이 전례 없이 촉진될 것이다.

    이것이 IVF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선의 자체를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백악관 발언에서 불임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연민을 보였고, 어린이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친생명적이고, 가정 친화적인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으며, 그 동기는 분명 선의에 기반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한 동기와 IVF의 심각한 도덕적 문제 사이에는 뚜렷한 괴리가 존재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 괴리를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백악관 정책 발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미 역사상 가장 친(親)IVF 대통령”이라 불렀고, IVF 산업 대표는 새 정책을 찬양하며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여전히 활발함을 보여주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에게 “당신은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IVF를 신성시했다. IVF 열풍을 촉발시킨 앨라배마 주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왜곡된 주장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IVF가 지닌 윤리적 문제나 IVF가 실제로 불임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는다는 의학적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한 기자가 “IVF에 대해 우려하는 생명옹호론자들에게 어떤 응답을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한 우려 자체를 모르고 있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견해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이 매우 pro-life(낙태 반대 운동)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보다 더 생명친화적일 수는 없지요.”

    그러나 현실의 IVF는 수많은 인간 배아를 죽이거나 냉동시키는 행위를 내포한다. IVF는 불임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며, 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잉태되어야 한다’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불임으로 고통받는 많은 부부들이 가정을 이루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IVF가 초래하는 인간적 대가를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다. 한 번의 출산을 위해 의사들은 10~20개의 배아를 생성하고, 그중 몇 개의 ‘유망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 뒤 나머지는 냉동시킨다. 복수의 배아가 착상될 경우, 나머지는 낙태된다. 즉, 일반적인 IVF 과정은 여러 개의 생명을 죽이거나 얼려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유럽 국가들과 달리, 미국에는 배아를 몇 개나 만들고 파기할 수 있는지, 혹은 냉동된 배아 인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관한 법적 규제가 거의 없다.

    이러한 무심한 태도는 우연이 아니다. IVF 자체가 아이를 기술적 생산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간이 자신의 ‘기원’에서부터 평등한 존엄을 지닌 존재임을 존중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부부의 혼인적 사랑 행위의 열매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나 IVF는 아이를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생산자가 만들어내는 제품처럼 대한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IVF 산업의 온갖 남용—‘잉여 배아’의 생산과 파괴, ‘결함 있는’ 배아의 선별, 성별 및 외모(눈 색, 머리 색 등)에 따른 선택, 가난한 여성의 몸을 대리모 산업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의 씨앗이 된다.

    체외수정에 대한 근본적 도덕적 비판은 결코 교파적이지 않다. 오늘날 IVF의 비윤리성을 가장 명확히 가르치는 것은 가톨릭교회이지만, 1970~80년대 IVF 도입에 반대한 세 명의 주요 윤리학자는 비(非)가톨릭이었다.

    시카고대학의 유대인 철학자 리언 카스(Leon Kass), 프린스턴대의 감리교 신학자 폴 램지(Paul Ramsey), 옥스퍼드대의 성공회 신학자 올리버 오도노반(Oliver O’Donovan)이다. 그들의 논지는 종교적 정체성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히 이성적 근거에 의해 서거나 무너진다.

    안타깝게도 백악관 행사는 이러한 윤리적 고려에 대한 감수성이나 인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 문제를 알지 못하며, 사실 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조차 이런 진리를 거의 배우지 못했다. 이는 교회가 생명윤리 교육에서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 증거다.

    그렇기에 백악관이 IVF에 반대하는 양심을 가진 이들을 억압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필자 자신도 여러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으며, 필자만이 아니라 다수의 생명윤리 옹호자들이 그랬다.

    대통령팀이 정책 수립 과정에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일부 우려에 응답한 점은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IVF를 더 저렴하고 쉽게 이용하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무분별한 배아의 ‘제조·냉동·파기’가 방치된 현실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 배아 역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생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IVF 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최혜국 가격제(Most Favored Nation, MFN)’를 통해 IVF 및 기타 불임치료 약물의 비용을 낮춰 전체 치료비를 절감한다는 것.

    둘째, ‘고용주 선택형 불임보험 혜택’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백악관 발표에서 크게 다루어지진 않았지만, 이 보험 혜택은 완전히 맞춤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고용주는 윤리적 생식의학, 즉 ‘복원적 생식의학(restorative reproductive medicine)’만을 포함한 보험을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복원적 생식의학은 윤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IVF보다 우월하다. 불임의 근본 원인을 실제로 다룸으로써, 부부가 실험실의 기술 조작이 아니라 혼인적 사랑의 행위를 통해 자연적으로 잉태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이 새로운 고용주 후원형 보험제도의 세부 내용을 발표할 때, 나는 우리 윤리·공공정책센터에서도 이러한 ‘윤리적 불임보험’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정책은 더 나쁠 수도 있었고, 몇몇 긍정적 요소도 존재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잘못된 방향의 정책이다.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가 ‘건전한 생식윤리’를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0-19 06:54]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 다른기사보기 리베르타임즈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