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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6 |
조선중앙통신은 10월 19일자 보도를 통해 “이딸리아(이탈리아)에서 열린 제23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에서 46개의 금메달을 따고 종합우승을 차지한 북한 대표단이 귀국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스포츠를 ‘정권의 충성 무대’로 변질시킨 북한 체육의 현실을 가리고 있다.
보도문은 경기 내용보다 귀국 장면과 ‘영예를 떨친’, ‘위대한 조국의 영광’ 등의 정치적 수사를 강조한다. 이는 국제대회 성과를 인민의 생활이나 체육 발전과 연결시키지 않고, 전적으로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홍보다.
선수들의 훈련 과정, 국제 교류, 심판 평가 등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들이 뜨겁게 맞이했다”, “꽃목걸이와 꽃다발로 축하했다”는 식의 장식적 표현만 이어진다. 체육인의 자율적 성취보다는 ‘당의 은덕 속에서 얻은 결과’라는 틀에 가두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북한은 ‘ITF(국제태권도연맹)’ 계열에 속해 있으며, 한국이 주도하는 ‘WTF(세계태권도연맹)’와는 체제 경쟁 구도를 이어왔다. 따라서 이번 ‘우승’ 역시 사실상 내부 경기 중심의 편향된 대회일 가능성이 높다. 조선중앙통신이 언급한 70여 개국 참가자 중 상당수는 ITF 소속의 비주류 참가국으로, 실제 국제 스포츠계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세계적 승리’로 포장하며 마치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한 듯 보도하고 있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과의 실질적 경쟁은 철저히 외면된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의 ‘뜨거운 환영’ 장면은 단순한 귀국행사가 아니라 체제의 충성 의식을 주입하는 의례다. 태권도 선수들은 실제로 개인의 자유나 커리어 향상보다는 ‘국가적 영광’이라는 이름 아래 선전 영상의 소품으로 소비된다. 북한 내부 매체는 이들의 개인 인터뷰나 기술적 발전보다는, ‘경애하는 총비서의 지도 덕분’이라는 일방적 프레임만 반복한다.
스포츠가 개인의 노력과 인류적 교류의 상징이라면, 북한식 체육은 오히려 통제와 정치선전의 전시장이다. 이번 귀국 보도 역시 ‘국가의 위신’이라는 허상 뒤에, 체육인의 자유와 자존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내세우는 “74개 메달과 종합우승컵”은 체육 경쟁의 성과라기보다 체제 유지의 도구다. 진정한 체육의 발전은 국제적 교류와 선수 개개인의 자유로운 성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 모든 것이 “당의 지도”와 “경애하는 령도자”의 이름 아래 종속된다.
태권도의 본질은 인간의 절제, 존중, 그리고 자유의 정신에 있다. 그 정신이 사라진 곳에서 ‘승리’는 허상일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