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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7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월 20일 평안북도 운산군 답상농장에 ‘수백 세대 문화주택’과 ‘현대적인 공공건물, 생산건물’이 새로 건설되어 농촌 진흥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의 대표적인 ‘건설 정치 쇼’의 연장선일 뿐, 농민들의 실제 생활 수준이나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괴리를 드러낸다.
조선중앙통신은 기사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자애로운 영상을 형상한 모자이크 벽화를 정중히 모신 농장”이라며, 공공건물마다 최고지도자의 ‘은정’을 찬양하는 문구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과 시설의 핵심 목적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니라 ‘충성의 공간화’에 있다.
북한의 ‘본보기 농장’ 건설은 실제로는 정치적 상징 조작의 수단으로, 모든 현장에 김정은의 초상화와 구호탑, 충성비를 세워 개인숭배의 무대를 확장하는 구조다. 공공건물의 용도나 운영 실태에 대한 언급 없이 ‘자애로움’과 ‘은정’만 강조하는 보도는 실질적 행정 성과보다 정치적 상징 조작이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내세워 각 도와 군에 본보기 농장과 농촌주택 건설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업은 불균형적이고, 자재와 노동력 부족으로 현장 농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운산군 역시 올해 초부터 ‘지시형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집중 동원된 곳으로, 실질적인 생산시설 개선이나 농업기계 현대화는 미미한 반면, 외형적 건물과 조형물 중심의 치장공사가 우선됐다. ‘진료소’나 ‘문화회관’ 같은 시설이 완공됐다 하더라도, 의약품과 장비, 문화물자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기사 후반부는 “흥겨운 춤판이 펼쳐지고 각양각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물들였다”고 묘사하며, 주민들이 “새 문명”을 향유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행사는 주민 동원과 체제 선전의 일환으로, 지역당 조직의 지시에 따라 ‘환영행사’를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런 행사 직후에도 농민들은 연료난, 식량 부족, 비료 공급 중단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새로 지어진 주택조차 전기와 상수도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는 이를 ‘사회주의 농촌의 아름다운 래일’로 포장하며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
운산군 답상농장의 준공은 단지 김정은의 ‘현지지도 업적’을 꾸며내기 위한 정치 이벤트일 뿐이다. 농민들의 자율적 생산권은 여전히 봉쇄되어 있고, 국가가 정한 할당량과 통제경제 체제는 변하지 않았다. 건물 외관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농민의 삶은 여전히 가난과 감시 속에 갇혀 있다.
결국 이번 ‘답상농장 준공’은 북한식 ‘진흥’의 또 다른 거짓 쇼, 즉, 현실의 빈곤을 가리기 위한 불꽃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