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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17 |
노동신문은 “수도에 넘치는 군밤, 군고구마향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양의 거리마다 ‘기쁨 넘치는 봉사’가 펼쳐지고 있다며, 군밤과 군고구마를 인민애의 상징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미화된 풍경 뒤에는 체제의 결핍을 덮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 구조가 드러난다.
신문은 거리의 매대가 “사람들로 흥성인다”고 표현했지만, 평양의 일상에서 군밤과 군고구마는 풍요의 징표가 아니다. 겨울철 식량 사정이 악화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주식 대신 거리의 간이식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른바 ‘계절별 거리 판매’는 체제의 자급불가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군밤과 군고구마는 고열량 식품으로, 일반 주민들이 끼니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는 ‘향기로운 계절 음식’이 아니라, 식량난을 임시로 메우는 생존의 수단임을 의미한다.
기사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군밤 지시’를 줄줄이 인용하며, 심지어 “몸소 굽는 방법까지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그러나 인민의 식량난이 지속되는 현실에서 최고지도자의 ‘군밤 사랑’을 미담으로 포장하는 것은 체제의 역설을 드러낼 뿐이다.
인민의 기본적 생존 문제—곡물 공급, 난방, 전력, 의약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이 ‘군밤 매대 형성안’을 최고지도자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 기근(饑饉)’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은 “수도의 가을정취를 더해주는 이채로운 풍경”이라 했지만, 실제 평양 거리의 ‘군밤 향기’는 일부 상징적 공간에 국한된다. 지방과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고구마조차 구하기 어렵고, 주민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시장과 국경을 오간다. 평양의 매대 풍경은 현실을 가린 ‘무대 장치’에 가깝다.
또한 ‘군고구마 매대’는 평양 내부의 특권 계층—‘시민증’ 소지자—에게만 접근 가능한 ‘연출된 번영’이다. 정권은 이러한 장면을 통해 ‘수도는 풍요롭다’는 이미지를 외부로 내보내며 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한다.
노동신문의 군밤 기사는 북한식 선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소한 일상에 깃든 위대한 사랑”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식량난, 공공서비스 붕괴, 빈부격차의 문제를 은폐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군밤의 향기 뒤에는 여전히 고구마 껍질조차 귀한 주민들의 삶, 그리고 체제의 구조적 결핍이 짙게 배어 있다.
“수도의 가을 정취”는 인민의 배고픔을 달래지 못한다. 군밤과 군고구마가 아닌 자유와 식량, 그리고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필요한 때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