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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17 |
조선신보가 10월 20일 보도한 “비탈밭에서 가동하는 경사지용 뜨락또르 개발생산” 기사는 겉으로는 ‘농촌경리의 종합적 기계화 실현’을 위한 성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농촌 붕괴의 근본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선전성 보도에 가깝다.
신보는 금성뜨락또르공장이 “국내의 실정에 맞는 경사지용 농기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자찬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국내의 실정”은 사실상 평지가 아닌 척박한 경사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한 농업의 퇴행을 뜻한다.
평야지대의 토양침식과 관개 불능, 농지 황폐화가 심각해지자 이제는 경사지조차 일구어야 하는 실정이 된 것이다.
비탈밭용 트랙터의 개발은 과학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경작 가능한 평야가 줄어드는 절망적 농업 현실의 방증이다. 이른바 ‘농촌진흥’의 구호와 달리, 산비탈을 개간하는 ‘기계화’는 생태계 파괴와 토양 유실을 가속화하는 조치일 뿐이다.
조선신보는 금성뜨락또르공장이 “유연생산체계를 백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실질적인 생산능력 향상이 아니라 부품 부족과 전력난 속에서 공정 전환을 반복하는 ‘임시방편 체계’를 미화한 표현이다.
북한 내 공장들은 원자재 공급망이 불안정하고 외화 확보도 막혀 있어, ‘유연생산’이란 결국 부품 재활용과 기존 설비의 부분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산업적 안정성이 아닌 ‘고육지책’에 가깝다.
북한 매체는 오랫동안 ‘농업의 기계화’를 강조해왔지만, 현실은 농기계 보급률과 유지보수 능력 모두 심각하게 부족하다. 연료난으로 인해 운용되지 못한 트랙터가 마을마다 방치되어 있고, 농민들은 여전히 소, 인력, 수레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경사지용 뜨락또르’도 실제 농촌에서의 보급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교체부품이나 수리기술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런 장비는 보여주기용 ‘전시용 모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농촌경리의 종합적 기계화 실현”이라는 표현은 농업구조 자체의 개혁 없이 기계 몇 대를 홍보하는 데 그친다. 정작 농민들의 식량난, 비료·연료 부족, 토지 황폐화 문제는 언급되지 않는다.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농촌진흥’은 근본적으로 주민 통제 강화와 충성심 동원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사지용 뜨락또르’는 이런 선전의 또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경사지 트랙터의 개발이 진정한 농업혁신이라면, 그것은 토양 보전, 수리시설 확충, 농민의 생활 안정과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그 반대다.
지속 가능한 농업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계화 선전’은 농민의 궁핍을 덮기 위한 가짜 낙관주의에 불과하다. 금성뜨락또르공장이 보여주는 ‘성과’는 결국 체제 홍보용 전시품일 뿐, 북한 농촌의 황폐한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