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르포]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홰불야회’의 실체
  • - “충성의 불꽃은 절망의 불빛이었다”

  • 북한이 지난 10월 11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한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군중시위 및 홰불야회는 겉으로는 “영광의 80주년”을 찬양하는 국제 축제처럼 포장되었죠. 그러나 실상은 체제 불안과 주민 불만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 연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번과 같이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여러 나라의 주요인물들을 초청하면서까지 대대적으로 기념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향후 북한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 또한 크다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오늘 이 시간, 추석 명절을 뒤로 하고 전 사회적으로 집중했던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방금 말씀하신대로 북한이 이번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유독 대대적으로 기념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북한 정권은 이번 80주년을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체제 존속의 분수령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극심한 경제난과 대외 고립, 그리고 내부 통제 약화라는 삼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요.

    따라서 당 창건 80주년은 ‘당의 영도력’을 과시함으로써 주민의 동요를 억제하고, 충성심을 재강요하는 정치적 이벤트로 기획되었습니다. 북한은 5년. 10년 단위의 숫자에 주목을 하는데요. 정주년이라고 하죠. 특히 ‘80’이라는 상징적 숫자는 “불멸의 역사”를 강조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체제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번 80주년 행사는 그런 차원에서 아주 성대히 준비되었다고 하겠습니다.

    2. ‘홰불야회’는 겉으로는 화려한 축제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강압적 동원이 있었다는 분석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통제 구조가 작동했다고 보시는지요?

    - 북한의 모든 대규모 행사는 ‘자발적 참여’라는 표현을 쓰지만, 실상은 정치적 의무와 생존의 조건이 결합된 강제 동원입니다. 평양 시민뿐 아니라 지방 근로자, 대학생, 청년동맹원들이 선발되어 사전 숙소에 격리되고, 구호 암기와 열병 행렬 동선까지 반복 훈련을 받습니다.
    ‘홰불야회’의 불꽃은 그들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충성 점검’의 상징입니다.

    이런 집단행사는 주민 개개인의 충성도를 평가하고, 비협조자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을 색출하는 정치적 검열의 장이기도 합니다.


    3. 노동신문은 이번 행사를 “인민의 신뢰와 감격이 폭발한 현장”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주민 정서는 어떤가요?

    - 그 표현은 전형적인 체제 미화 수사입니다. 북한 주민의 실제 정서는 피로감과 냉소가 뒤섞여 있습니다. 많은 주민은 ‘충성 행렬’이 끝난 뒤 생계 걱정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을 더 고통스럽게 느낍니다.

    최근 평양 내부에서도 “불꽃은 타오르는데 밥은 없다”는 냉소적 말이 돌고 있으며, 이는 주민 사이의 무력감과 체제 불신을 드러냅니다. 즉, ‘감격의 폭발’이 아니라 절망의 침묵이 북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4. 북한매체는 또한 “청년전위들의 개척정신”과 “제일결사대의 열기”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청년층의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어떤 변화가 감지되나요?

    - 맞습니다. 북한 청년층은 더 이상 체제의 ‘혁명 전위’가 아닙니다. 식량난과 취업난, 정보 차단 속에서 그들은 ‘조국의 미래’가 아니라 ‘탈출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체제 신뢰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청년결사대”나 “혁명열기” 같은 선전 구호를 강화하지만, 이는 실제 청년 이탈현상을 덮기 위한 심리전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5. ‘불꽃’이라는 상징은 북한 체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번 행사에서 그것이 어떻게 왜곡되었다고 보십니까?

    - 북한에서 불꽃은 전통적으로 ‘혁명정신’과 ‘충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번 홰불야회에서의 불꽃은 공포와 불안의 불빛이었습니다. 전력난으로 어둡게 가라앉은 평양의 밤하늘을 인위적으로 밝히는 장면은, 현실을 부정하는 상징적 연출입니다.

    즉, ‘불멸의 당’을 찬양하는 불꽃이 아니라, 불안한 체제의 허상을 가리기 위한 불길이 타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이번 군중시위와 홰불야회가 향후 북한 정치체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 단기적으로는 체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주민의 정치적 무감각과 불신을 심화시키는 역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북한은 이제 ‘충성의 의례’만 남은 사회로, 실질적 신뢰와 자발성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불꽃은 잠시 눈을 현혹시킬 수 있으나, 그것이 꺼진 뒤 남는 것은 어둠뿐입니다. 북한 정권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번 80주년은 체제 쇠락의 전주곡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불꽃은 타올랐지만, 그 불빛 아래서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굶주림과 침묵 속에 놓여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 글쓴날 : [25-10-20 12:19]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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