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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8 |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박태성 내각총리의 “평안남북도 현지료해”는 겉으로는 생산 현장의 기술혁신과 농업 성과를 독려하는 행보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전형적인 성과 연출용 시찰이다.
“농업지도기관과 농장의 일군들이 가을걷이를 잘할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는 문장은,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이나 자원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책임 전가와 구호형 지시만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현지지도”는 지도자가 ‘성과’를 직접 확인하는 형식을 띠지만, 실상은 이미 준비된 보고와 연출된 현장 사진을 통해 체제 선전용 이미지 정치가 이뤄지는 행사다. 이번 ‘현지료해’ 역시 가을걷이와 비료생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농자재 부족·전력난·기계화 부진 등 구조적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박태성 총리가 언급한 “농산작업의 기계화비중을 높이라”는 지시는 수십 년째 되풀이되는 레퍼토리다. 그러나 북한의 농기계 보급률은 여전히 낮고, 연료와 부품의 만성적 부족으로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한다. “현실에서 우월성이 확증된 농사방법”이라는 표현도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북한은 최근 “비탈밭 경사지용 뜨락또르” 등 자력갱생형 기계화를 선전하지만, 기술 수준은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각 도·군 단위에서 생산된 기계의 품질 불균형과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질적 기계화율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농업의 과학화·기계화”라는 구호는 여전히 지도자의 치적으로 포장된다.
박태성 총리가 방문한 안주121호종이공장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는 모두 1980~90년대에 건설된 낙후된 설비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새로 증설된 설비의 조립정형을 료해하였다”는 표현은 현대화나 자동화 수준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이는 소규모 개보수나 구식 라인 유지 수준의 ‘증설’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술관리, 설비관리에 힘을 넣어 비료생산에서 혁신을 일으킬 데 대하여 강조하였다”는 문장은 생산자원 부족과 화학비료 원료 수입 제한이라는 현실을 감춘 공허한 당 지시의 반복이다. 북한의 비료공장들은 대부분 전력공급 불안과 원료 부족으로 가동률이 30~40%에 머물러 있으며, 오히려 질소비료 생산의 비효율로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기사 말미에 언급된 “현지 협의회”는 정책 결정의 자율적 논의 구조가 아니라, 상급기관의 지시사항을 하달하고 충성심을 재확인하는 행사에 가깝다. “종이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연료, 자재 보장”이나 “비료생산 정상화”라는 문구는 모두 현장의 자율적 개선책이 아닌 중앙의 지시사항 복창이다.
이러한 ‘협의회 정치’는 북한 경제의 가장 큰 병폐인 계획경제 경직성을 상징한다. 현장의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국 상무위원의 현지지도”라는 형식 자체가 중요시되는 구조 속에서,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 발전은 요원하다.
박태성 총리의 이번 ‘현지료해’는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지도부의 통제력과 ‘정상 운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에 불과하다. 농업·공업 어느 분야에서도 실질적 혁신의 징후는 없으며, “우월한 농사방법”과 “비료생산의 혁신”은 구호로만 존재한다.
결국 북한의 ‘현지료해’는 정책 점검이 아닌 체제 미화 쇼, 그리고 현장의 어려움을 감추는 정치적 무대로 기능하고 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여전히 물자 부족·식량난·에너지 위기이다.
“료해는 했으되, 해결은 없다.” 이것이 북한식 경제운영의 실상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