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19 |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조선과 러시아 청년들이 참석한 ‘조로청년친선련환모임’이 열렸다. 겉으로는 ‘두 나라 청년 간의 우의 강화’를 표방했지만, 그 속내는 명백히 정치선전과 체제정당화의 무대였다.
보도에 따르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문철은 김정은과 푸틴의 ‘두터운 우의’를 거론하며 “정의와 진리를 위한 공동의 숭고한 리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는 외교적 교류라기보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의 대외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한 상투적 선전문구에 가깝다.
행사에서 연설한 러시아 측 인사들 또한 “김정은 동지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는 표현을 사용해, 이른바 ‘지도자 숭배 코드’에 맞춰 발언했다. 이는 청년 교류를 내세운 행사조차도 철저히 북한의 정치 프레임 안에서만 허용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공연 프로그램은 ‘친근한 어버이’, ‘강대한 어머니 내 조국’, ‘우리는 혁명의 계승자’ 등 김정은 체제의 충성심을 강화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러시아 노래 일부가 포함되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형식적 균형’에 불과했다.
이런 공연은 문화교류가 아니라, 북한 청년들에게 ‘혁명의 후계자’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주입하는 집단의례에 가깝다. 청년의 자유로운 교류와 사고의 확장은 철저히 봉쇄되고, 충성의 의식만 반복된다.
러시아 청년단이 참가한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북·러는 무기협력과 군사기술 교류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 청년단을 초청한 것은 ‘인적 교류’를 내세워 양국 관계를 정상적이고 평화적인 것으로 포장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 참가자들은 “로조친선의 전통을 굳건히 계승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이들은 청년 외교의 주체가 아니라, 북한의 체제 선전을 위한 ‘장식물’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은 이번 모임을 “두 나라 청년의 친선 강화”로 포장했지만, 이는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체제생존 이벤트다. 청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교류나 상호 이해의 장이 아니라, 폐쇄적 체제 내에서 외부 협력을 상징적으로 소비하는 행사일 뿐이다.
결국 이번 ‘조로청년친선련환모임’은 이름과 달리 ‘친선’이 아니라 ‘고립의 미화’, ‘청년의 이념화’라는 북한식 외교선전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