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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19 |
10월 17일, 도쿄 조선회관에서 열린 《조선신보》 창간 80돐 기념모임은 겉으로는 ‘언론의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였으나, 실상은 폐쇄적 체제 선전의 도구로 전락한 매체의 자기 찬양 무대였다.
행사에는 총련 중앙 허종만 의장을 비롯해 조직국, 사무총국, 감사위원회 등 총련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재일조선인력사연구소 소장과 간토 지역 총련본부위원장들, 그리고 조선신보사 림왕호 사장을 포함한 사원들이 참가한 이 모임은 ‘언론의 자율성’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당·총련 관제식 집회였다.
언론이 사회의 비판자이자 감시자로 기능하기는커녕, 행사 구성부터 참석자 구성까지 권력기관의 회의와 다를 바 없는 ‘충성 집회’의 형태를 띠었다. 창간 80주년이라는 시점이 언론적 성찰의 기회가 되기보다, 김정은 체제와 총련의 ‘대외선전 강화’라는 목적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변질된 것이다.
《조선신보》는 1957년 창간 이래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도 보듯, 그들은 자신들의 80년 역사를 “민족언론의 자부심”으로 포장하면서도 언론의 본질적 기능 — 진실 보도, 비판적 탐사, 독립성 — 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조선신보》는 북한의 인권 문제, 식량난, 강제노동, 국경 단속, 처형 등 주요 사안을 일절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매일같이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경애하는 지도자’의 발언을 기사로 송출하며 재일동포 사회를 체제 선전에 동원한다. 이번 기념식도 그러한 ‘자기 복제의 장’이었다.
총련의 지휘 아래 진행된 이번 모임은 재일동포 사회 내부에서조차 비판적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본 내 다문화 언론 환경 속에서도 《조선신보》는 북한의 선전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젊은 세대의 이탈과 냉소를 자초하고 있다.
한 언론이 스스로를 ‘민족의 기관지’로 규정할 때, 그 언론은 이미 독립성을 포기한 것이다. 진정한 언론의 80년은 ‘자유를 향한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그러나 《조선신보》의 80년은 ‘통제된 목소리의 역사’로 남았다.
《조선신보》 창간 80돐은 축하의 날이 아니라, 자기 성찰의 날이 되어야 했다. 언론이 권력의 입이 되는 순간, 그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재일조선인 사회의 진정한 발전은 체제 선전이 아닌, 진실과 자유의 보도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념비가 아니라, ‘침묵의 언론’을 깨우는 용기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