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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0 |
조선신보가 보도한 교또제2초급창립 60돐기념 페스티벌은 겉으로는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의 우정, 그리고 민족교육의 성취를 기념하는 행사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행사는 단순한 학교 기념식이 아니라 총련(在日本朝鮮人總聯合會)의 정치적 결속과 체제충성 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읽힌다.
행사 개회 직후 연주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는 그 상징적 단면이다. 재일동포 2세, 3세 학생들이 자란 일본 땅 한복판에서 ‘조국찬가’가 울려 퍼지는 광경은, 교육적 다양성보다 이념적 동원의 지속을 보여준다. 이는 일본 사회 속에서 자율적 민족교육이라기보다, 여전히 평양 체제의 상징 아래 움직이는 종교적 의례와 같은 정치행위다.
김영주 교장은 보고에서 “교육회 재건”과 “一口운동(입금 운동)”을 ‘난관 돌파의 사례’로 자평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총련 조직이 재정난을 돌파하기 위해 동포사회에 다시금 헌금과 강제 모금을 촉구한 것을 미화한 언사에 가깝다.
‘입금운동’은 과거 총련계 학교의 운영비와 교사 수리를 위해 동포 개개인에게 의무적 부담을 부과하던 캠페인의 연장선이다. 즉, “교육의 자주성”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심에 기반한 재정동원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사에는 일본 시민 대표 佐藤大의 발언이 강조되어 있다. 그는 “식민주의를 부정하는 재일조선인들의 민족교육권 보장”을 언급했다. 이는 일본 사회 내 반(反)식민주의 정서에 기대어 총련학교의 존재를 ‘역사적 피해자 서사’로 정당화하는 전략적 담론이다.
그러나 이 ‘연대’는 상호 교육협력의 차원을 넘어, 일본 사회에서 총련의 정치적 정체성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교육권 문제를 내세우면서도, 그 실질은 북한 체제의 이념교육을 일본 내에서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방패막이로 기능한다.
행사 제목인 “한마음으로 더 좋은 래일을”은 미래지향적 구호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교또제2초급’이 상징하는 것은 여전히 닫힌 공동체, 외부 비판에 대한 방어적 태도, 그리고 북한식 정치의식을 유지하는 폐쇄적 교육 모델이다.
‘대를 이어 학교를 지킨다’는 말은 감동적 서사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세대 간 이념 재생산을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메커니즘을 뜻한다. 이 학교의 교가 합창과 ‘김정은 동지’ 찬양 노래는, 민족의 정체성보다 체제 충성심을 강조하는 의례로 전락했다.
교또제2초급 창립 60주년은 분명 동포사회의 노력과 희생의 역사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율적 민족교육으로 남기 위해서는, 평양의 통제와 총련의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 ‘민족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라 체제 유지 장치이며, ‘동포의 유대’는 자유로운 시민적 연대가 아니라 이념적 동원의 전통으로 굳어지고 있다.
“더 좋은 래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이념의 굴레로부터의 해방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