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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21 |
조선중앙통신이 10월 24일 보도한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착공식은 단순한 건설 소식이 아니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스스로를 전쟁 지도자로 연출하기 위한 상징 정치의 연장선이다.
‘꾸르스크주 해방작전’이라는 모호한 서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실상 미화하는 동시에 북한군의 해외참전’을 ‘혁명적 우의’로 포장하는 선전술이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조로(朝露)관계의 백년대계”를 언급하며 러시아와의 군사적 연대를 ‘정의의 위업’으로 미화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특히 “피로써 맺어진 조로 관계”라는 구절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한 북한의 무기 수출과 탄약 제공을 영웅적 행위로 포장한다. 이는 국제 제재 위반 사실을 ‘전투위훈’으로 전환하는 선전적 언어이며, 그 자체로 국제법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전범 세탁(戰犯洗濯)’의 상징 행위다.
수도 평양의 심장부 화성지구에 이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극심한 식량난과 전력난 속에서도 체제 미화 사업에만 몰두하는 지도부의 현실감각 부재를 보여준다. 주민들이 겨울 식량을 걱정하며 장마당에 몰리는 시기에, 정권은 ‘기념비’와 ‘조형물’에 수백억 원대 자원을 투입한다.
이는 김일성 시대의 ‘전승기념탑’, 김정일 시대의 ‘청년영웅거리’가 그러했듯, 현실의 빈곤을 상징적 영광으로 덮기 위한 ‘돌기둥 정치’의 반복이다.
보도는 ‘해외작전부대 전투원’이라는 허구적 개념을 내세워, 김정은 시대를 “70년 전승세대의 연장”으로 연결시킨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군사주의 세대 계승 신화를 새로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이 신화는 주민들에게 “우리는 이미 해외에서 싸워 이긴 영웅의 나라”라는 환상을 심어주며, 향후 실제 전쟁 동원을 정당화하는 정신적 기반 조성 작업이기도 하다.
평양의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은 전쟁의 영웅들을 기리는 공간이 아니라, 러시아 전쟁범죄의 그림자에 스스로를 덧칠하며, 빈곤한 현실을 대리적 영광으로 덮는, ‘허상(虛像)의 전당’이다.
김정은 정권이 세우려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현실을 왜곡한 신화적 스크린이다. 그 기초 위에는 영웅의 피가 아니라, 진실의 침묵과 굶주린 인민의 한숨이 쌓이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