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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1 |
함경북도예술단이 최근 선보인 음악무용이야기 《우리의 힘》은 표면상으로는 “함선공업혁명”과 “주체적 해군력 강화”를 찬양하는 작품이라 하지만, 실상은 북한식 선전 예술이 지닌 공허함과 정치적 도구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함선공업과 군수산업을 ‘김정은의 위대한 영도’로 연결시키며, 예술을 체제 찬양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서장과 종장을 포함한 5개의 장은 모두 김정은 개인의 “정력적 령도와 사랑”을 찬양하는 데 집중하며, 예술적 서사나 인간적 감정의 표현은 완전히 사라졌다.
공연의 목적은 감동이나 미적 체험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충성심의 반복 학습’을 강요하는 정치 의식화에 있다.
청진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이 “당 창건 80돐”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 또한 상징적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세습과 우상화는 예술의 창의성을 압살하고, 모든 창작물을 ‘교양사업’의 일부로 종속시킨다.
결국 예술은 인민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권력의 거짓된 빛을 반사하는 프리즘으로 전락했다.
작품은 특히 구축함 ‘강건호’의 건조를 “우리의 힘”의 상징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경제난과 기술 격차를 감추기 위한 상징 조작에 불과하다. 북한의 조선공업은 만성적인 자재 부족, 노후화된 설비, 국제 제재로 인한 기술 고립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자력갱생의 기적’을 과시하기 위해 군수산업을 미화하며, 허구적 성취를 예술로 포장한다.
“강건호”라는 이름 또한 체제 충성의 상징적 장치다. ‘강건’이라는 표현은 김일성 시대의 군사정신을 소환하는 언어로, 새로운 산업 성과를 과거의 혁명 전통에 연결시켜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함경북도예술단은 원래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이지만, 최근에는 ‘사상사업 전위대’로 변질되었다. 공연의 주제는 대부분 국방, 충성, 자력갱생, 원수님 사랑 등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현실적 고통이나 생계 문제는 일절 언급되지 않는다.
이러한 예술 활동은 오히려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군사화된 일상성을 강화한다. 문화예술이 인민의 위로와 성찰의 공간이 되지 못하고, 체제 선전의 확성기로만 작동하는 한, ‘새로운 시대의 예술 창조’라는 구호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힘》은 이름과 달리 북한 주민들의 실제 ‘힘’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굶주림과 단속, 감시 속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민중의 고통을 은폐하고, 그들의 현실을 ‘영도자의 은혜’로 바꿔치기하는 정치극일 뿐이다.
진정한 예술은 권력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진실을 비추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아무리 화려한 선전무대를 마련하더라도, 예술의 이름으로 조작된 환상은 결국 무대 밖 현실의 어둠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