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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22 |
노동신문이 “우리 당의 숭고한 리상을 깊이 새기며”라는 제목으로 전한 백두산건축연구원 관련 기사는 표면적으로는 건축예술의 발전을 찬양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축을 통한 사상 통제와 권위 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
“모든 건축물들을 인민의 미감과 정서를 반영하면서 비반복적으로 특색있게 설계하라”는 표현은 겉보기엔 창의성과 인민 중심의 설계 지침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인민의 미감’이란 곧 ‘수령의 미감’에 대한 복종을 의미한다.
실제로 건축의 방향은 주민의 필요보다 김정은의 미학적 취향과 정치적 메시지에 종속된다. ‘인민을 위한 창조물’이라 부르는 평양의 대형 건설물들은 실상 주민의 주거와 편의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체제의 ‘위업’을 상징하는 거대한 무대장치에 가깝다.
기사에서는 “설계가들이 선 하나, 점 하나에도 로동당시대의 사회주의문명, 인민의 리상과 꿈을 그대로 담게 하시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건축의 기술적 혁신이 아닌 정치적 충성심을 도면에 새기라는 지시와 다르지 않다.
북한의 설계 과정은 창조적 사고보다 ‘교시 준수’와 ‘사상 관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축 설계가 예술적 과정이 아니라 ‘정치적 복무’로 규정되기 때문에, 설계원들의 전문성이나 창의성은 오히려 억눌리고 있다.
백두산건축연구원 같은 기관은 실제로 국가적 인프라 설계보다 ‘혁명사적지 재정비’, ‘수령 우상화 기념비 건축’, ‘도시 미화 선전물’ 제작에 집중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술자가 아니라 ‘충성 설계사’가 요구된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건설물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도록 높은 요구성을 제기”했다고 찬양한다. 그러나 이 ‘높은 요구성’은 곧 하향식 압박과 동원으로 이어진다. 평양의 주택단지, 온실농장, 병원 등 대규모 건설 현장은 일정 단축과 질적 완벽을 명목으로 군인, 청년, 일반 근로자를 강제 투입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그 결과, 완공 후 균열과 누수, 전력 부족 등 하자 사례가 반복된다.
‘최상의 수준’은 품질이 아니라 충성 경쟁의 수준을 의미하며, 인민의 안전보다 ‘총비서의 구상 실현’이 우선시된다.
노동신문은 건설을 “사회주의강국, 인민의 락원을 일떠세우는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으로 미화한다. 그러나 실제 인민의 삶은 그 ‘락원’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방 농촌의 주택과 사회기반시설은 여전히 열악하고, 평양 중심의 선전용 건축물만이 “문명국가의 상징”으로 강조된다.
결국 북한의 건축은 ‘인민을 위한 창조물’이 아니라, ‘인민을 통제하기 위한 상징물’로 기능한다. ‘백두산건축연구원’ 설계원들이 새겨야 할 것은 “당의 숭고한 리상”이 아니라, 현실 속 인민의 고통과 생존의 조건일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