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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2 |
조선신보는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의 80년사를 “령도자의 관심 속에 대규모 야금기지로 성장한 강선의 자랑스러운 행로”라 선전했다. 그러나 이 ‘강선 신화’는 이미 수십 년 전 현실과 괴리된 구호로 전락했다.
1940~50년대 복구와 재건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강선제강소는 오늘날 전력난과 원료 부족으로 가동률이 극히 저조하며, ‘천리마운동의 고향’이라는 명칭조차 주민들 사이에서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혁명의 발상지”라는 미화된 서사는 실질적인 산업 재건의 실패를 가리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 평안남도 일대에서는 최근 수년간 제철·제강 부문의 생산설비가 노후화되어 철강 수출은커녕 내수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현지지도’ 일화를 반복하며 “로동계급의 영웅적 기개”와 “공산주의 사회에로 빨리 들어설 수 있다는 사상적 각오”를 강조한다. 그러나 ‘천리마정신’은 더 이상 생산의 원동력이 아니라, 비현실적 목표와 집단주의 강요의 상징이 되었다.
1950년대 천리마운동은 사실상 “무리한 할당, 초과 생산 경쟁, 보고용 실적 부풀리기”로 귀결되었고, 이후 북한의 산업관리 체계를 왜곡시킨 주요 원인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그 유산은 남아 있어, 실제 설비 투입보다 ‘충성심 경쟁’이 우선시되고, 공장마다 “성과 창조”를 가장한 정치행사가 반복되고 있다.
기사 속에서 “주석님께서 로동자들의 손을 잡아주시며…” “장군님께서 초고전력전기로를 보아주시며…” 등의 묘사는 일관된 패턴을 보여준다. 경제성과 기술 혁신보다 ‘령도자 숭배’가 서사의 중심에 자리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생산성을 좌우하는 것은 현장의 자율성과 설비 현대화이며, 이 두 요소는 북한 체제에서 구조적으로 억압되고 있다.
현대 제강공업은 자동제어, 에너지 효율, 고품질 합금기술에 기반한다. 그러나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에는 최신 제어설비나 안정적인 전력공급망이 부재하다. 그럼에도 “령도자의 교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서술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정치적 미신에 불과하다.
북한 선전매체는 여전히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를 “애국유산”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산업 박물관에 가까운 수준이다.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하며,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한 부품 조달조차 어렵다. 국제 제재와 원료 수입 제한, 전력 공급 불안정은 강선을 ‘혁명의 상징’이 아닌 ‘고철의 산’으로 만들고 있다.
강선의 쇳물은 더 이상 끓지 않는다. 대신 뜨거운 것은 정치 선전뿐이다.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80년사’는 산업 발전의 기록이 아니라 통제 이데올로기의 연대기다.
북한의 금속공업은 기술 혁신보다 충성 경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생산력의 침체와 체제의 경직성이다. 강선의 80년을 기념한다면, 마땅히 물어야 한다.
“그 쇳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는가, 아니면 선전의 문장 속에서만 끓고 있는가?”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