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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 너머 한국 'CU' 편의점 간판이 보이고 있다. |
북한 사회과학원 대표단의 통역원이 지난 8월 하순 몽골 울란바토르 방문 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25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이는 최근 북한 엘리트층의 잇단 이탈 흐름 속에서 주목되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망명한 인물은 태형철 북한 사회과학원장이 이끄는 대표단의 통역원으로, 지난 8월 말 울란바토르 방문 중 한국대사관에 진입해 보호를 요청했다. 통신은 통역원의 소속 기관이나 직책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해외 방문이 극히 제한된 북한에서 외국 출장에 나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지위와 신뢰를 갖춘 인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관련 질의에 “답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북한 당국은 이후 몽골 주재 대사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이번 대사 교체가 망명 사건의 책임 추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태형철 원장은 북한의 학술기관을 대표하는 인물로,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몽골을 방문했다. 그는 현지 관계자들과의 접촉에서 “적대적 두 국가(남북한) 방침”과 “통일 포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며 외교적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이번 대표단의 방문 자체를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통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김정은 체제하에서 외교관, 학자, 기술관료 등 엘리트층의 망명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에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2023년에는 쿠바 주재 대사관의 정무참사 리일규 씨가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번 사건 역시 내부 권력층에서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후로 평가된다.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사회과학원은 체제의 이념적 정당성을 연구·선전하는 기관으로, 소속 인원이 망명했다는 것은 사상적 기반의 이완을 의미한다”며 “정치적 충성보다는 개인의 생존과 자유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이 올해 들어 러시아·중국과의 외교 협력을 강화하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했지만, 엘리트층의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흔드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자유회의 최이상 기획위원은 “한국 외교부가 북한 통역원 망명과 관련하여 답할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는데, 그러면 누가 답을 해야 하는가”라며, “지금 대한민국에 외교(外交)는 없고 정신나간 외출(外出)만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망명 사건은 북한이 ‘적대국과의 대결’을 강조하며 체제 결속을 외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부 엘리트층의 균열과 불안정성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