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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23 |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중국인민지원군 참전 75주년 기념 연회는 단순한 외교 행사라기보다, 두 정권이 과거의 ‘전우애’를 현재의 정치적 유효성으로 재활용하려는 의식적 퍼포먼스로 읽힌다.
북한이 중국 대사의 연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자국 내부의 정치적 고립을 “전통적 우호 관계”로 위장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이다. 중국 또한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국가 정체성의 일부를 북한과의 행사로 재현함으로써, 자국 내 민족주의 담론을 관리하고자 한다.
통신은 중국군의 ‘조선전선 참전’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며 “고귀한 생명을 바친 지원군 열사들의 공적”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그러나 이 서술은 전쟁의 참상을 재현하기보다,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항미원조’의 연장선으로 재구성하는 수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즉, 북한은 과거의 혈맹 서사를 “현재의 대미·대서방 대결 구도”로 재해석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외교적 고립을 ‘전통적 동맹의 충성’으로 치환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의 핵심 문장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와 존경하는 습근평동지의 건강을 축원하여 잔을 들었다”는 대목이다. 이는 조중 양국의 수교를 넘어, 두 정권의 ‘지도자 중심 질서’를 병렬적으로 찬양하는 상징적 제의(祭儀)다.
북한은 ‘김정은–시진핑’ 축을 ‘항미원조’의 후계 구도로 연장하며, 중국 역시 ‘공산주의 전우애’라는 구시대적 상징을 다시 불러내 내부 결속의 명분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숭배 구조는 실질적 전략 협력보다는 체제 안정과 내부 통제를 위한 상호 이익의 교환에 가깝다.
청진 총영사관이 별도로 연회를 개최했다는 보도는 지방 외교 채널까지 동원된 ‘관례적 충성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오늘의 조중 관계는 1950년대의 ‘혈맹’이 아니라, 경제 제재와 군사적 이해관계 속에서 유지되는 ‘불균형 의존 관계’다.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두려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나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문제에서는 오히려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조중친선 강화”를 외치는 의례적 구호로 현실의 긴장을 은폐한다.
이번 연회는 조중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서로의 ‘기념의 정치’를 충족시키는 의례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북한에게는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내부용 선전이며, 중국에게는 과거의 ‘항미원조 정신’을 소환해 대외정책의 명분을 재확인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복적 기념행사는 냉전적 구호만 되풀이할 뿐, 동북아의 현실 외교에서 조중 관계의 실질적 불평등과 전략적 한계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