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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3 |
조선신보가 보도한 ‘제2차 조선대학교 졸업학년학생 조국방문단’의 평양 체류는, 표면적으로는 “조국 인민들의 고결한 정신세계에 감화된 청년들의 애국 체험”으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은 북한 당국이 재일 조선인 청년층을 이념적으로 동원하기 위한 전형적인 체제 선전 프로그램이다.
‘조국 인민들과의 상봉’은 상호 교류의 장이라기보다, 학생들에게 북한 체제를 이상화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정치 견학 코스’에 가깝다. 조국방문단은 ‘참된 삶’, ‘참된 애국’이라는 구호 아래 김정은 체제의 충성을 체득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이는 자유로운 사상 교류가 아닌 사상 주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고결한 정신세계”라는 표현은, 북한 사회를 ‘도덕적 순결의 이상향’으로 미화하려는 전형적인 선전 수사다. 이 표현은 정치적 억압, 정보 차단, 인권 침해가 일상화된 체제의 현실을 은폐하고, 대신 ‘정신적 순수성’이라는 허구적 미덕을 강조함으로써 청년 세대에게 체제 충성을 미학적으로 포장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특히 ‘참된 애국’이라는 문구는 조선신보의 기사 전반에서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조국 사랑’으로 등치시키며, 개인의 자유로운 사상과 감정을 정치적 충성심으로 대체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조선대학교 학생들에게 조국방문단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정체성 재확인 의례’로 강요된다. 북한 체제는 그들에게 일본 사회에서의 삶을 ‘타락한 자본주의 환경’으로, 북한을 ‘정신적 고향’으로 규정하게 만든다.
그러나 학생들은 실제로 평양 체류 동안 철저히 통제된 공간과 인물만을 접하며, ‘생활의 진면목’을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즉, ‘조국 방문’은 체제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직접 체험하는 계기이자, 동시에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침묵의 훈련장’이 된다.
이러한 선전형 방문 프로그램은 재일동포 사회의 세대 간 간극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노년층의 ‘조국 신앙’이 상징화된 반면, 젊은 세대는 점차 현실적 시각으로 북한 체제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날 정보 접근이 자유로운 세대에게 ‘고결한 정신세계’나 ‘참된 애국’이라는 낡은 수사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북한 체제의 비민주성과 폐쇄성, 그리고 재일조선인 사회의 정치적 종속성을 직시할 때에만, 진정한 ‘정신적 자주성’이 가능할 것이다.
조선신보가 묘사하는 ‘조국방문단’은 실질적으로는 ‘사상방문단’이다. 이는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징정치적 행사이며, 청년 세대의 자율적 정체성 형성이 아니라 사상적 포섭을 목표로 한다.
진정한 조국 방문은 체제 찬양이 아닌 진실한 교류, 그리고 비판적 사유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청년을 소비하는 한, ‘고결한 정신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