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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24 |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북한 외무상 최선희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외교 일정처럼 보이지만, 시점과 방문국의 조합은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계산을 드러내는 상징적 행보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명백히 러시아다. 최선희는 김정은의 특사 격으로, 최근 급속히 강화된 조·러 군사협력의 외교적 후속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푸틴-트럼프 재접근설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북한은 향후 미·러 관계 재편에 대비한 입장을 사전에 타진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을 간접 타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방문은 단순한 우호 교류가 아니라 ‘트럼프 시대 2.0’을 대비한 사전 외교 조율의 무대다.
벨라루스 방문은 명분상 ‘외무성 초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러시아 제재망을 우회하는 교두보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벨라루스는 이미 러시아의 무기 수출·수입 회로에 깊숙이 얽혀 있으며, 북한은 이 경로를 통해 이중용도(dual-use) 물자나 기술 교환을 시도할 수 있다.
또한 벨라루스의 군수산업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구소련식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탄도미사일 부품, 통신·전자전 기술, 차량 섀시 등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제재 대상 기술을 공유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방문은 김정은이 추구하는 ‘신(新)동방 3각 외교’, 즉 평양–모스크바–민스크로 이어지는 반서방 연대 구축의 일환이다. 세 나라 모두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 공통의 ‘제재 피로감’을 정치적 연대의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다.
특히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위성국가’로, 푸틴 체제의 외교적 확장을 대변하는 창구이자, 북한에게는 “대러 군사협력의 합법적 외피”를 제공할 수 있는 완충지대다.
이번 행보는 북한 외교의 새로운 국면을 상징한다. 과거에는 국제 고립 속에서 ‘돌파구를 찾는 외교’였다면, 이제는 ‘러시아의 방패 아래서 제재를 견디는 외교’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자립적 외교가 아닌 종속적 생존술에 불과하다.
북한은 스스로를 ‘전략적 자주국가’로 선전하지만, 실상은 푸틴의 전쟁 경제 체계에 편입된 부속국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외교적 위상을 더욱 좁히는 자충수로 귀결될 것이다.
최선희의 이번 순방은 “강대국을 등에 업은 생존 외교”의 전형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벨라루스가 서방의 제재 압박을 피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외교적 선택지는 오히려 더 줄어들 것이다.
결국 김정은 정권이 외교의 전면에 내세운 최선희의 비행은, 평양이 택한 ‘의존의 길’이자, 고립의 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는 상징적 출발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