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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25 |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제18차 평양국제영화축전은 겉으로는 ‘국제문화교류의 장’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체제 선전의 도구로 전락한 또 하나의 정치 행사에 불과하다.
참가국 대부분은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등 북한과 외교적으로 밀착된 소수 국가들이며, 국제사회에서 주요 영화제와 비교할 만한 개방성과 다양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제심사원’, ‘외교단’, ‘해외동포’ 등의 표현은 행사 규모를 과장하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 문법에 가깝다.
최우수영화상과 연출상이 모두 ‘로중합작예술영화 〈붉은 비단〉’에 돌아간 점은 북·중·러 3국의 ‘문화전선 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의 영화가 다수의 상을 휩쓴 가운데, 서방이나 제3세계의 독립영화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보다 ‘우호국 중심의 정치적 연대’를 강조하는 북한식 문화정치의 단면이다.
특히 중국의 기록영화 《한생을 당에 바치다》가 특별상을 받은 것은 ‘당에 대한 충성’을 예술적 가치로 포장하려는 노골적인 이념 편향을 드러낸다.
북한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 후편 《대결의 낮과 밤》은 음향효과상과 특별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미 북한 매체를 통해 ‘반미 대결’과 ‘사회주의 신념’을 주제로 한 선전영화로 소개된 바 있다.
이처럼 내부 작품을 ‘국제 축전 수상작’으로 포장함으로써, 체제 내부에 ‘예술적 성취와 국제적 인지도’를 과시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 제18차 평양국제영화축전 참가자들이 올리는 편지’가 채택되었다는 대목이다. 이것은 영화제가 예술 행사가 아니라, 사실상 최고지도자 충성의례로 종결되었음을 상징한다.
예술적 토론이나 창작의 자유는 사라지고, 오직 “지도자의 영도 아래 문화가 발전한다”는 정치적 언술만이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영화축전은 북한이 ‘문화 외교’의 외피를 빌려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선전 행사에 불과했다. 예술은 대화와 상상력의 영역이지만, 평양에서의 영화는 검열과 충성의 틀 안에 갇혀 있다.
‘붉은 비단’과 ‘하루낮 하루밤’이 상징하듯, 북한의 영화는 여전히 붉은 이념의 실로 짜인 체제의 그림자 속에서만 존재한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