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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5 |
조선신보가 10월 27일 보도한 「〈편지이어달리기대표단〉조국과 총련을 잇는 붉은 편지, 새세대가 잇는 바통」은 겉으로는 감동적인 ‘세대 계승의 축제’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기사 속 ‘충성의 편지’는 자발적 교류의 상징이 아니라, 체제 충성의 상징적 의례에 불과하다.
북한 당국은 “조선로동당창건 80돐”이라는 정치 기념일을 명분으로 총련과 재일동포 청년들을 동원해 김정은 개인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게 함으로써, 해외교포 사회를 정치적 선전의 도구로 재활용하고 있다.
‘편지를 드린다’는 행위는 북한의 대내 정치에서 늘 최고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의 핵심 의식으로 등장해왔다. 이번 행사 역시 마찬가지로, ‘충성의 편지’라는 형식 속에 집단주의적 복종을 강화하는 정치적 제의(祭儀)의 성격을 갖는다.
조선신보는 “재일조선청년들이 총련의 전통을 계승하고 애국위업의 계주봉을 이어간다”고 주장하지만, 이 ‘계승’의 내용은 이념의 재생산이지, 공동체의 자주적 갱신이 아니다.
총련은 오랜 세월 북한 체제의 대외 선전기구로 기능해왔으며, 그 내부에서는 정치적 다양성이나 자율성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이번에 언급된 “조청·청상회·류학동·중앙단체의 새세대 일군들”은 일본 내 재일동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체제에 의해 선별된 충성 경쟁자들일 뿐이다.
북한 매체가 강조한 “애국위업의 계주봉”은 사실상 ‘체제의 언어’를 반복하라는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 재일동포 청년들이 ‘총련의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결국, 자유로운 시민으로서의 삶 대신 정치적 충성의 재현을 강요받는 것을 의미한다.
기사에서 “아직도 국가적인 비상방역체계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부분은 북한이 여전히 외부와의 교류를 제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진 ‘조국 방문’은 진정한 인적·문화적 교류가 아니라, 감정의 동원과 상징 조작의 장치다. “가슴이 높뛰었다”는 표현은 개인의 감동이 아니라, 선전 서사의 연출에 불과하다.
청년들의 방문 목적이 ‘경제협력’이나 ‘문화교류’가 아니라 ‘편지 전달’에 국한된 것만 봐도, 북한이 해외동포를 실질적 협력자가 아닌 정치 선전의 무대 장치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25년 만의 이어달리기사업’이라는 강조는, 오히려 지난 세대가 끊긴 현실을 반증한다. 총련 조직은 일본 사회의 세대교체 속에서 점점 영향력을 잃고 있으며, 청년층의 참여는 급감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그러한 침체된 총련 청년조직의 생명 연장을 위한 상징적 쇼케이스에 가깝다.
‘붉은 편지’는 조국과 디아스포라를 잇는 다리가 아니라, 사상의 올가미로 묶어두려는 붉은 끈이다. 이 행사는 세대의 연속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유의 단절과 자유의 결핍을 증명하고 있다.
진정한 ‘계승’은 충성의 형식이 아니라, 진실과 자유의 언어로 조국을 다시 묻는 일이다. 재일동포 청년들이 김정은 체제의 선전 무대가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조국과 디아스포라를 잇는 진정한 ‘편지’가 완성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