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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26 |
노동신문이 강조한 “지방발전 20×10 정책”과 “혁혁한 성과”라는 수사는, 실질적 변화보다 정치적 충성심을 동원하기 위한 구호의 반복에 불과하다.
“전면적 국가부흥”, “위대한 지방혁명”이라는 표현은 구체적인 경제 지표나 생산성 통계 대신 수사적 열정으로 공백을 채운다. 기사 속에는 건설 현장의 “질 제고”나 “내부공사 진척”이 언급되지만, 실제 완공된 시설의 가동률이나 주민 이용 실태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이처럼 북한식 ‘성과보도’는 정책의 실효성보다 지도자의 권위 강화를 우선한다. “김정은 동지께 충성의 완공보고를 올릴 일념”이라는 문장은 행정 보고가 아니라 충성 경쟁 보고서에 가깝다. 결국 지방발전의 ‘속도전’은 정치적 충성의 가속화로 귀결된다.
기사에 따르면 지방공업공장, 병원, 봉사소 건설의 주체는 대부분 조선인민군 제124련대와 건설부대다. 즉, 경제부문 인프라 건설조차 군사노동력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북한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지방경제의 자생적 동력은 여전히 결여되어 있으며, 중앙의 ‘명령과 동원’이 지역 개발의 전부다.
이른바 “지방중흥의 새시대”는 시장 기능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군사적 토목사업일 뿐이다. 건설자재의 “극력 절약”이라는 표현은 실상 자원 부족과 조달 실패를 감추는 완곡한 표현이다.
노동신문은 “지방인민들이 수도시민들과 다름없는 생활을 누리게 하려는 숭고한 인민관”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 보건 인프라나 의료인력 확충이 아니라, 건물 외형의 완성도만 강조하는 ‘형식적 복지 선전’이다.
“강동군병원이 번듯하게 일떠섰다”는 문장은 실제 의료 서비스 질이나 약품 공급체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지방 병원의 건물은 있을지언정, 전력·의료장비·의사 인력 등 필수 요소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문화위생적 환경”이란 표현은 주민 건강권 보장보다 지도자 이미지 미화의 전시용 프레임으로 기능한다.
북한식 지방발전은 ‘자율적 분권’이 아니라, 더 강화된 중앙통제를 의미한다.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와 “국방성 지휘조”가 전국 건설사업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지역 자치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지방발전’을 통제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적 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지방정부의 독자적 판단이나 예산권은 완전히 소멸한다. 결국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경제성과 없는 정치적 전시전이다. 건설의 마감 단계는 “인민의 생활 향상”이 아니라, 당 제9차대회를 향한 충성의 제스처로 동원되고 있다.
‘혁명적 건설’이라는 수사 뒤에는 노동력의 고갈, 자재난, 비효율적 중앙지휘, 의료·산업의 빈껍데기화가 숨어 있다. 노동신문이 말하는 “빛나는 로력적 성과”는 실상 빛나는 선전용 구호판에 불과하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