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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6 |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새로 들어섰다는 ‘승마구락부’ 소식은 겉으로 보기엔 주민의 여가와 체력 단련을 위한 문화시설 확충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시설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북한식 ‘문화정서생활’의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전형적 사례다.
조선신보는 정방산 기슭에 승마지식보급실, 승마주로, 기초훈련장 등이 갖추어졌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이 실제로 주민 모두를 위한 여가공간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북한에서 ‘봉사기지’라는 표현은 대체로 간부층과 특권계층 전용 시설을 뜻하며, 일반 주민은 출입조차 어렵다. 이는 평양의 ‘미림승마구락부’가 실질적으로 군·당 간부와 외화벌이 대상 외국인만 이용 가능한 공간이었던 전례와 동일한 패턴이다. ‘근로자와 청소년학생을 위한 체력단련장’이라는 수사는 체제 선전용 상징일 뿐이다.
북한 당국이 자주 내세우는 ‘문화정서생활’은 주민의 실질적 생활수준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전력난 속에서 승마시설 건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정치적 통제와 체제 선전의 심리전적 기능을 수행한다.
당국은 이러한 ‘문화시설’ 보도를 통해 주민에게 “우리는 여유 있는 사회주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허구적 이미지를 주입하며, 동시에 내부 불만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정작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연료와 식량을 구하기 위해 고된 ‘장마당 생존전선’에 내몰려 있다.
최근 북한은 ‘지방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지방도시마다 병원, 공장, 문화시설 건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은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 없이 단기 선전효과를 노린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사리원 승마구락부 역시 지역민의 복지보다는 중앙의 정책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장식물이다. 실제로 운영비, 말 사육 및 관리 인력, 보급체계 등을 감안하면, 지방 단위에서 독자적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에서 승마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지도자 이미지를 신격화하는 상징적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김정은이 2013년 ‘미림승마구락부’ 건설 당시 직접 말을 타는 영상을 내보내며 ‘건강하고 활력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리원 구락부 역시 이러한 상징 정치의 지방 확산판으로, 주민의 체력단련보다는 ‘지도자 따라 배우기 운동’의 시각적 무대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리원 승마구락부의 준공은 북한식 ‘문화건설’의 구조적 모순을 다시금 드러낸다. 이는 주민 복지의 실질적 향상이나 지방 균형발전의 성과가 아니라, 빈곤한 현실을 가리기 위한 체제 선전의 포장물에 불과하다.
“승마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문화정서를 누린다”는 미사여구 뒤에는, 말을 탈 자유는 없고 오직 체제를 찬양할 의무만 존재하는 현실이 숨겨져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