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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27 |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자연부원생태학상 알렉산드르 꼬즐로프를 단장으로 한 러시아 경제대표단이 10월 29일 평양에 도착했다.
표면적으로는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회의 참석이 목적이라 하지만, 이번 방문은 단순한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정치적 상징성을 노린 연출에 가깝다.
북한은 국제 제재로 인해 합법적 무역 루트를 상실한 상태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외교적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다.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라는 명칭은 과거 사회주의권 교류의 잔재로, 현재는 실질적 거래보다는 제재 회피용 기술 및 자원 교환, 물자 운송 루트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꼬즐로프가 이끄는 러시아 측 대표단이 ‘생태학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점은 상징적이다. 이는 군수물자·에너지 분야의 직접 협상을 피하면서도, 자원개발·운송·기술이전 등 우회적 협력통로를 열어두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
이번 방문은 김정은 체제가 강조하는 ‘전면적 국가부흥’의 대외 홍보용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조로 친선의 새로운 전성기”로 포장하겠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실익보다 체제 선전 효과가 더 크다.
평양 입국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행장 영접에는 대외경제상 윤정호가 직접 나섰고, 마쩨고라 러시아 대사가 동행한 것은 북러 간 외교·군사 공조의 연속성을 암시한다. 경제 대표단의 명패를 달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 대표단’의 성격이 짙은 이유다.
푸틴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평양행은 상징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반(反)서방 연대’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북한은 그 무대의 일부로 소환된다. 그러나 러시아의 실질적 관심은 북한의 무기·탄약 공급에 있다. 북한은 이를 ‘경제협력’이라는 포장지로 감싸, 자국의 군사 지원 실태를 은폐하려 한다.
결국 이번 방북은 양국이 서로의 제재 틈새를 메워주는 ‘공생 쇼’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군수품 공급의 숨통을 틔우고, 북한은 국제 고립을 뚫었다는 외교적 과시를 얻는다. 하지만 그 대가로 북한은 자주적 경제의 공간을 잃고, 러시아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하는 단문 보도 뒤에는, 제재 체제의 균열을 노린 위험한 거래가 숨어 있다. 이번 ‘로씨야경제대표단’의 방문은 북러 간의 경제협력이 아닌, 국제 규범을 무시한 ‘정치적 거래’의 상징이다.
평양의 활주로에서 펼쳐진 환영식은 겉보기엔 외교의 장면이지만, 실상은 고립된 두 체제가 서로의 생존을 담보로 한 위험한 맞잡은 손이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