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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27 |
노동신문이 보도한 흥남비료련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비료 증산 투쟁”은 겉보기에는 당 대회를 향한 충성의 성과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감추기 위한 전형적 선전 캠페인이다.
“영광의 당대회”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맞춘 증산 구호는 생산 실적의 지속 가능성이나 품질 관리와는 무관한, 일시적 과잉 동원 체제의 반복일 뿐이다.
흥남과 남흥 두 공장은 모두 구식 설비와 만성적인 전력 부족, 원료 수급 불안정에 시달려온 대표적인 사례다. ‘설비집중보수’나 ‘루실되는 가스의 재활용’ 같은 표현은 실질적인 생산 효율 개선이라기보다 노후화된 설비의 임시방편적 수리와 에너지 낭비 최소화를 강조한 기술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보도의 핵심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정신력’과 ‘정치사업’이다. “화선식 정치사업”, “사상의 무기를 메고 대중 속으로”, “정신력의 강자”라는 표현은 생산의 동력이 과학기술이 아닌 이념적 동원임을 드러낸다.
북한 당국은 비료 부족의 근본 원인이 암모니아 생산용 천연가스와 석탄의 절대적 부족, 노후 설비, 수입 기술 차단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신력 강화”로 해결하려는 체제 신앙으로 대체한다.
이는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을 포기한 채, 군중 동원과 충성 경쟁을 통해 단기적 ‘성과’만을 부풀리는 전형적인 선전 메커니즘이다. 결국 이러한 “정신력 중심의 생산운동”은 장기적 기술 침체를 고착화시키고, 노동자들의 과로와 사고 위험만 가중시킨다.
흥남과 남흥 공장은 북한 농업의 핵심 비료 공급원으로 꼽히지만, 실제 비료 품질은 낮고 생산량도 불안정하다. 특히 석탄 기반 암모니아 공정은 환경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증가시키며, 이미 황폐화된 북한의 토양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비료 증산의 정치적 구호는 “식량난 해소”로 연결되지 않는다. 질소 과다 사용으로 인한 산성화, 지하수 오염, 농작물 수확량 저하가 반복되며, 이는 농민들의 실질적 생산력 향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이번 ‘증산투쟁’은 경제 목표가 아니라 정치 목표다. 노동신문이 강조하는 “당 대회에 드리는 충성의 선물”은 실질적 경제성과가 아니라 체제 충성의 지표로 기능한다. 비료 공장들이 매일 “계획의 1.1배”를 생산한다는 수치는 검증 불가능한 내부 선전 수치이며, 외화난과 에너지 부족으로 공정이 자주 중단되는 현실을 감추기 위한 통계적 연출에 가깝다.
흥남과 남흥의 “증산성과”는 북한 체제가 여전히 과학기술이 아닌 이념선전과 대중동원으로 경제를 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 모델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영광의 당대회’를 앞두고 펼쳐지는 이 증산 선전은 결국 체제의 노후화와 산업 붕괴를 감추기 위한 마지막 연기이며, 그 대가는 혹사당하는 노동자들과 오염된 환경, 그리고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