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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8 |
조선신보가 보도한 오까야마조선초중학교 창립 80주년 기념축전은 표면적으로는 ‘민족교육의 전통 계승’과 ‘일본 시민과의 우호’를 내세운 행사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일조선인 사회의 정치적 통제와 체제 충성 강화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기사에서 언급된 참석자 면면은 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총련 중앙 송근학 부의장 겸 교육국장, 오까야마현본부 오신호 위원장, 히로시마·돗토리·에히메현본부의 간부들까지 총출동한 행사는 ‘교육의 현장’이라기보다 사실상 총련 조직의 충성 결집대회였다.
조선학교의 ‘민족교육’이라는 표현은 오랜 기간 북한 체제의 정당성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미화하는 정치교육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돼왔다. 오까야마초중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우리민족의 긍지’는 보편적 민족정체성이 아니라 조선노동당식 애국주의와 수령 중심의 충성심으로 귀결된다. “대대손손 이어가자”는 구호는 교육의 자유로운 계승이 아니라, 사상적 순혈주의의 세습을 암시한다.
행사에는 자민당, 입헌민주당, 무소속 지방의원 등 일본 정치인들과 “일본과 남북조선의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대표가 참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참석은 순수한 문화 교류라기보다, 북한과 총련의 정치적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시도에 이용될 위험이 크다.
조선학교가 일본 사회 내에서 교육 보조금 문제나 역사교과서 논쟁으로 논란이 되어온 만큼, 일본 정치인들의 무비판적 참여는 결과적으로 북한 체제의 선전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된다.
80년이라는 세월은 분명 재일동포 사회의 헌신과 노력을 증명한다. 그러나 진정한 민족교육은 정권 충성 교육과 구분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김일성주의 교과서’가 아니라, 동포 학생들이 민주주의·인권·평화의 보편적 가치 속에서 자긍심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이다.
조선학교가 진정으로 일본 사회와의 공존을 원한다면, 체제 선전의 껍질을 벗고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오까야마초중학교 80주년 축전은 민족교육의 성취가 아니라, 체제 충성의 재확인을 상징하는 행사였다. “대대손손 이어나가자”는 구호가 더 이상 정치적 세습의 맹세가 아니라, 자유로운 학문의 전통으로 바뀌는 날이 진정한 80주년의 의미를 되찾는 날일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