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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29 |
조선중앙통신은 11월 1일 보도를 통해 김덕훈 조선로동당 비서가 러시아 경제대표단을 만수대의사당에서 접견했다고 전했다.
‘친선적 분위기’ 속에 진행된 담화였다고 하지만, 이 만남은 실제로 ‘경제협력의 진전’을 상징하기보다, 북러 관계의 비대칭성과 상호 이용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라는 거창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 회의는 북한의 대러 의존 심화를 공식화하는 외교적 이벤트에 불과하다.
최근 러시아는 자국의 전쟁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의 무기·노동력·자원 공급을 활용하고 있으며, 북한은 그 대가로 원유·식량·기계류 등의 제한적 지원을 얻는 구조에 갇혀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친선적 담화’라며 두 나라의 대등한 협력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단방향 종속 관계에 가깝다. 러시아 자연부·생태학상이 이끄는 대표단의 평양 방문은 ‘환경 협력’ 명분을 띠었으나, 실제 목적은 북한의 천연자원 활용 가능성 탐색과 극동 지역의 비공식 노동력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협조’라는 이름 아래 북한은 자국의 자원을 헐값에 넘기고, 기술·물자 의존을 심화시키며, 정치적 상징 외에는 실질적 이득이 없는 불균형 거래에 스스로를 묶고 있는 셈이다.
이번 회동은 국제사회가 경계하는 ‘제재 우회 경로’를 재확인시킨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가운데,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군수 물자, 희토류, 방산 기술 교류를 교묘히 포장하려 한다.
북한 역시 이 기회를 이용해 제재 회피를 시도하지만, 그 대가로 러시아의 전쟁 경제에 종속되는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과학기술협조’라는 미명 아래 군사기술 협력과 제재 위반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매체는 여전히 ‘자력갱생’과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강조하지만, 이번 만남은 그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 자력갱생을 외치던 체제가 정작 러시아의 낡은 기술, 중고 장비, 잉여 에너지 공급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체제의 구조적 무력화를 반증한다. 이른바 ‘경제대표단 접견’은 자주노선의 강화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외세 의존의 재확인이다.
김덕훈의 이번 회동은 북한 외교가 더 이상 ‘평등한 사회주의 형제국’의 연대가 아니라, 러시아의 지정학적 계산 속에서 주변부로 전락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북한은 이번 ‘경제협조’를 체제의 성과로 포장하겠지만, 실상은 ‘신(新)조공외교’에 가깝다. 즉, 정치적 의례와 선전적 수사는 남았지만, 그 이면에는 제재와 고립 속에서 점점 좁아지는 자율성과 악화되는 경제 현실이 있다.
이 회동은 평양의 ‘친선적 담화’가 아니라, 자주를 잃어가는 체제의 비극적 자화상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