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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29 |
노동신문이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의 “10월 인민경제계획 앞당겨 완수”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북한 경제선전의 전형적 사례다. 그러나 이 같은 “기적적 증산”이라는 표현은 실질적 생산력 향상보다는 정치적 충성 경쟁과 단기적 목표 강요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세멘트 산업은 이미 수년째 원료·연료 부족과 노후 설비, 전력난에 시달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한 전 완수”는 생산 현장의 과부하,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 강도, 안전규정 무시를 동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사에서 강조된 “김정은 총비서의 은정어린 선물”은 경제성과의 보상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심을 자극하는 통치기제의 일부다. 노동자들이 “증산으로 보답하자”고 외치는 구조는 노동의 주체성을 박탈하고, 경제 효율이 아닌 정치 상징을 생산의 목표로 전환한다.
이 같은 충성동원식 경제는 단기 성과를 위해 인민을 소모하는 “동원형 경제체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실제로 상원세멘트는 과거에도 반복된 “계획 초과달성” 선전 후, 생산설비 파손·원료 부족 등으로 가동률이 급락한 사례가 있다.
신문은 “유압식 적재기 보강”이나 “합리적 공정운영방도 도입”을 기술혁신으로 미화하지만, 이는 선진공정 도입이 아닌 최소한의 유지보수 수준이다. 북한의 세멘트 공정은 대부분 1980년대 기술에 머물러 있으며, 국제적 환경기준이나 생산효율 측면에서도 심각한 후진성을 보인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세멘트 부문은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과 직결된다. 증산의 대가는 에너지 과소비와 지역 전력 공급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신문은 현장을 “화선식 정치사업의 전위”로 표현했다. 이 용어는 산업현장을 전시(戰時) 동원체계로 인식하는 북한식 경제운영을 상징한다. 이는 생산을 경제적 합리성이 아니라 ‘전투’로 정의함으로써, 성과 부진의 책임을 기술이나 자원부족이 아닌 ‘정신력 결여’로 전가하는 선전 논리다. 결국 생산현장은 합리적 관리가 아닌 ‘정치적 감시’와 ‘정신력 경쟁’의 장으로 전락한다.
노동신문은 상원세멘트를 “전면적 국가부흥의 새시대”를 상징하는 성과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정체된 내수시장, 대외제재, 원자재 수입 차단이라는 삼중고 속의 생존형 경제에 불과하다. 세멘트 생산이 늘어난다 해도, 그것이 주택건설·사회기반시설 확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평양시 건설’, ‘지방발전 20×10’ 등 정치적 이벤트 중심의 건설사업에 집중되어, 생산의 혜택은 극소수 정치중심지에만 귀속된다.
상원세멘트의 “기적적 증산”은 실제로는 인력과 자원의 무리한 소진을 동반한 ‘소진경제’의 전형이다. 북한이 매년 되풀이하는 “계획 초과달성”은 지속 가능한 산업 성장의 신호가 아니라, 체제 선전용 이벤트에 불과하다.
결국 이러한 ‘성과 보고’식 선전은 인민경제의 구조적 위기, 기술 낙후, 자원 고갈을 가리는 가면이며, 김정은 체제가 의존하는 ‘정치적 신앙경제’의 허상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