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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9 |
조선신보는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의 “충성의 편지이어달리기대표단”이 평양 시내를 참관하며 “세상에 부럼없는 나라”를 체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수십 년간 북한 당국이 대외 선전에 사용해온 상투적 구호에 불과하다.
총련 청년 대표단이 “김정은 원수님께 편지를 올리고 산업전시회를 돌아봤다”는 일정은 사실상 북한 체제 선전의 무대 연출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단이 본 것은 ‘조선의 발전상’이 아니라, 외국 방문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철저히 관리된 표면적 풍경이었다. 평양의 일부 경공업 제품 전시관이나 새로 단장된 거리, 선별된 쇼핑시설만을 둘러보며 ‘생활력에 경탄’했다는 표현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보도에 따르면 대표단은 “경공업제품전시회 《경공업발전–2025》”를 참관하며 질 좋은 제품을 손에 들고 ‘위민헌신’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북한이 2020년대 중반 이후 대외 선전용으로 집중 운영하는 상징적 행사로, 실제 시장 유통과는 무관하다.
많은 제품은 실험적 샘플 수준이거나 수입 원자재에 의존한 모형 전시품에 불과하며, 주민들은 이러한 제품을 구매할 현실적 능력조차 없다. 평양 외곽과 지방의 공장들은 여전히 전력난, 원자재 부족, 낙후된 설비로 정상 가동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즉, ‘지방중흥의 새시대’라는 말은 실제 주민 생활 향상이 아닌 ‘전시경제’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대표단의 방문 목적은 “충성의 편지 전달”로 요약된다.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편지증정모임은 자발적 교류가 아니라 철저히 기획된 충성 이벤트이며, 이른바 ‘충성의 바통’ 전달이라는 상징 행위를 통해 재일동포 사회의 결속을 체제 유지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총련 내부에서도 청년층의 이탈과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충성 퍼포먼스’는 오히려 젊은 세대와의 괴리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번 조선신보 기사는 ‘경탄’, ‘체감’, ‘위민헌신’ 등의 수사를 반복하지만, 평양 시민의 실제 생활이나 지방 주민의 고통, 국제사회의 고립 속에서 악화되는 경제 현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이른바 ‘체험 기사’는 선전적 수사로 포장된 일회성 체험기일 뿐, 그 어디에도 현실적 분석이나 주민의 목소리는 없다.
조선신보가 내세운 “세상에 부럼없는 나라”라는 구호는 오히려 역설적이다. 정작 북한 주민 다수가 기본적 식량과 의약품조차 확보하지 못한 현실에서, 외부 방문객의 짧은 체류를 “사회주의 생활력의 체감”으로 포장하는 것은 허위의식의 전형이다.
‘체감된 발전상’이 아니라 ‘연출된 번영’—이것이 이번 대표단 방문이 보여준 실상의 전부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