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30 |
김정은의 조선인민군 제11군단 지휘부 방문을 조선중앙통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도문은 “폭풍같은 만세 환호성”과 “성스러운 본령” 같은 과장된 어휘로 가득 차 있으며, 김정은을 신적 존재로 묘사한다.
이러한 수사는 단순한 찬양이 아니라, 최근 내부 동요와 군 통제력 약화에 대한 불안을 감추기 위한 상징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특수작전군을 강조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국지전 대비 태세를 부각하며, 내부적으로 정규전 대비보다 ‘특수작전형 충성부대’를 체제 수호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군사적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충성심을 기준으로 한 ‘선별된 무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김정은은 이번 방문에서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를 강조하며 ‘훈련혁명’을 주문했다. 그러나 실제 북한의 군사훈련은 연료 부족, 장비 노후, 부식 결핍 등의 문제로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과학화·실용화된 훈련”이라는 구호는 첨단 전자전이나 정보전 능력을 갖춘 현대 군대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실상은 구식 전술 반복 훈련과 정치교육 중심의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김정은이 말하는 ‘훈련혁명’은 기술혁신이 아닌, 충성심 재교육과 사상교양 강화를 뜻한다. 즉, 군의 전문화가 아니라 정권 방패화를 지시한 것이다.
김정은은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근본요인은 사상”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곧 체제 유지의 유일한 해답을 ‘충성 이데올로기’에 둔 발언이다. 정치일군들의 역할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군 지휘 체계 내 권력 분점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다.
실제로 최근 평양 내부에서는 일부 군단의 자율행동과 내부 부정부패가 문제로 거론되고 있으며, 김정은은 이를 ‘사상문제’로 치환해 통제 강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제11군단은 북한의 대표적인 특수작전부대 중 하나로, 대남 침투 및 테러 임무를 담당해온 조직이다. 김정은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군사 방문이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군사적 대응 시위, 대내적으로는 정권의 ‘공포 균형’ 유지 수단으로서의 군 위상 과시로 볼 수 있다.
특히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군사조직기구적 대책을 검토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특수부대 중심의 군 재편 또는 충성심 재검증 작업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내부 숙청 또는 지휘 체계 재정비의 전조일 수 있다.
최근 김정은의 군 관련 공개 활동은 실질적 전투 준비보다 이미지 연출에 집중되어 있다. 강동군병원 시찰, 순항미사일 발사 참관, 이번 특수군단 방문 등 일련의 일정은 모두 대외 메시지와 내부 통제를 동시에 겨냥한 ‘이중 퍼포먼스’이다.
북한이 “무적의 현대화된 군대”라고 자찬하는 동안, 실제 병영 현실은 식량난과 탄약 부족, 병사 탈영 등의 문제로 붕괴 직전이라는 점은 공개되지 않는다.
김정은의 제11군단 방문은 군의 전투력 강화가 아니라 통제력 회복을 목표로 한 정치적 상징행사였다. 보도문 전반에 흐르는 것은 군사적 자신감이 아니라 체제 불안에 대한 과잉된 방어적 언어이다.
“사상으로 승리하라”는 구호는 더 이상 혁명정신의 표현이 아니라, 물질적·기술적 열세를 감추기 위한 수사적 방패일 뿐이다. 결국 이번 방문은 “강군 건설의 전성기”가 아니라, 체제 위기의 징후를 감추려는 전시적 충성극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