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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30 |
노동신문은 김형직군 대응리·라죽리·무창리에 ‘현대적인 농촌문화주택’이 들어섰다며 ‘새집들이 경사로 날마다 흥성인다’고 보도했다.
기사 속 표현들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선경마을”, “만복의 보금자리”, “위민헌신의 려정” 등 찬양 일색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화된 수사는 실질적 농촌 현실을 가리기 위한 체제 선전의 수단에 불과하다.
북한의 농촌 현실은 인민들이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누릴 여건과는 거리가 멀다. 화려한 신축 주택들은 극히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농촌 주민들은 여전히 전력난·식량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새집들이”라는 표현은 실질적 주거복지보다는 김정은 개인의 ‘위민정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가깝다.
노동신문이 강조하는 “로력절약형, 자재절약형공법”은 사실상 자재난과 인력부족을 감추기 위한 표현이다. ‘현대적 주택’이라는 수사는 실제로는 도심지 간부용 또는 시범 마을용으로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다수 농민에게는 여전히 노후한 흙벽집과 연료 부족이 일상이다.
량강도는 혹한과 열악한 농업 환경으로 대표되는 지역으로, 농업생산의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당국은 실질적 생산 기반 개선보다 외형적 건설 실적을 내세우며 ‘혁명적 성과’로 포장한다. 이는 농촌 불균형의 구조적 고착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입사모임에서 주민들은 “어머니당에 다함없는 고마움을 드리었다”고 강조하며, 새집 입주를 ‘충성의 결의’와 연결시켰다. 이는 개인의 주거권이 아닌 정치적 충성의 대가로서 주택이 배분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북한의 주택 배정은 생산성과 충성도를 기준으로 하며, 농민이 아니라 ‘건설 공로자’나 ‘당원 대대’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새집’은 생활 개선의 상징이 아니라 정치적 통제의 수단이다. 농민의 노동이 아닌 당의 은혜로 주어졌다고 선전하는 것은 체제 유지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기사 마지막에는 “흥겨운 농악에 맞추어 춤판이 펼쳐졌다”고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체제 선전용 연출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국가행사에 동원되어 형식적 축하 공연을 해야 하며, 진정한 ‘기쁨’보다는 정치적 의무감에 의해 움직인다.
전력난, 비료 부족, 낮은 농산물 수매가 등 근본적인 농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정권은 몇 채의 신축주택으로 체제의 ‘성공’을 과시하려 한다. 이른바 ‘새집들이’는 기념비적 건축의 과잉과 민생 현실의 공백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량강도의 ‘현대적 농촌주택’ 보도는 북한 체제의 전형적인 선전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주민의 생활개선이 아니라 정치적 동원의 도구이며, 농촌 현대화의 실질적 진전과는 거리가 멀다. ‘리상향’이라는 구호 뒤에는 농민의 자율성 상실, 자재 부족, 지역 불균형이라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 농촌의 진정한 변화는 ‘충성맹세’나 ‘농악 축하판’이 아니라, 농민 스스로의 생산권과 생활권이 보장되는 구조적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새집들이 흥성임”은 결국 선전의 잔치에 불과한 허상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