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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30 |
조선신보가 또다시 “경제적 효과성이 높다”는 명분으로 특정 식물 자원을 선전했다. 이번에는 ‘왜싸리나무(朝鮮萩)’다.
조선신보는 이 식물의 씨기름으로 비누, 치약, 크림, 연마제까지 만든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의약품의 원료로도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북한의 구조적 산업 한계를 가리기 위한 상징적 포장에 불과하다.
북한은 자급자족 경제를 선전하기 위해 종종 특정 식물이나 천연자원을 과대 홍보해왔다. 예컨대 감자, 들기름, 솔잎, 해조류, 심지어 수액까지 ‘기적의 자원’으로 포장하는 식이다. 이번 ‘왜싸리나무’ 보도 역시 동일한 패턴이다.
기름 함량이 10% 남짓에 불과한 씨앗에서 산업용 기름과 의약품을 생산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인 산업규모와 거리가 멀다. 정제 설비, 유통망, 보존 기술이 부족한 북한의 환경에서 이러한 가공 산업은 ‘실험실 단계’에 머물 확률이 높다.
북한 매체가 강조하는 ‘경제적 효과’는 경제 그 자체보다 체제 선전의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석유·화학 원료의 대외 수입이 제재로 막힌 상황에서, 당국은 “우리 식 원료, 자급경제”를 강조하며 과학기술 자립 신화를 재생산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체자원’ 선전은 실질적인 산업 대체 효과보다는 정치적 상징효과에 의존한다. 왜싸리나무는 그저 “제재 속에서도 우리는 버틴다”는 체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기사에서 언급된 지방산 성분(팔미틴산, 스테아린산, 리놀산 등)은 현대 산업화학에선 매우 일반적인 물질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새로운 발견’처럼 포장하고 있다.
실상 북한의 문제는 자원 자체가 아니라 기술 접근의 차단과 연구 인프라의 낙후다. 국제 협력과 시장 교류가 봉쇄된 상황에서, “국산 자원”이라는 구호는 과학 고립의 자기합리화로 전락한다.
북한의 환경·농업 관련 선전물은 종종 ‘생태’, ‘친환경’, ‘경제성’이라는 단어로 포장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미화하려는 이데올로기적 장치가 숨어 있다.
왜싸리나무 보도 역시 생태와 경제를 결합한 “녹색 선전”의 연장선이다. 실제로는 생산성 향상이나 산업다각화의 증거가 아니라, 자급경제 실패를 감추는 ‘식물성 미화 전략’에 가깝다.
‘왜싸리나무의 경제성’은 현실의 생산·유통·과학 체계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북한식 ‘경제 자립 신화’의 또 다른 버전이다.
북한의 산업 정책이 진정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려면, 식물 하나를 영웅시하는 선전 대신 기초 인프라, 에너지 공급, 연구 개방이라는 근본 문제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