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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퇴진”, “중국공산당 퇴진”, “인권 박해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표어 - 독자 제공 |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중공)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담긴 표어들이 거리에 등장하며 관측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허난성 주마뎬(駐馬店)시 수이핑(遂平)현의 거리 한편에서는 “시진핑 퇴진”, “중국공산당 퇴진”, “인권 박해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표어가 붙은 현장이 사진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최근 중국 정가가 20기(第20屆) 4중전회(四中全會)를 마친 뒤 정치적 긴장 국면이 고조되고 있다는 맥락에서 주목된다.
수이핑현의 한 파출소 입구 도로 표지판부근에는 ‘시진핑 퇴진, 장기 적출 중단, 독재 독재 종식, 중국공산당 퇴진, 인권 박해 중단’이라는 현수막 및 스티커 형태의 표어가 부착된 사진이 공유되었다.
그 외 “공산당 소멸, 시진핑의 돼지머리 타도(시진핑의 별명), 언론의 자유 반환, 인터넷 차단 중단” 등 과격한 언어를 담은 표어도 등장했으며, “진실 각성서”라는 이름의 대자보 형태 문구도 출현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해당 사진 공유와 함께 “탑을 치는 용사들이 곳곳에 있다”,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등의 반응이 나왔고, 이러한 표현 방식이 단순히 풍자가 아니라 일종의 저항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도, 2022년 10월 베이징 싼리툰(三里屯) 거리에는 ‘공산당 본질은 반인륜적·반인류적 사이비 종교이며 반드시 끝없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라는 반공 현수막이 걸린 바 있다. 이처럼 이번 표어 부착은 과거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한편, 외부 연구기관인 언론자유집단(自由의 집) 산하 이언망(依言網)(※ 연구기관 명칭 한글 음역)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중국 내 시위 건수가 1 ,392건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시위 주체가 노동자(38 %), 소유주(29 %), 마을 주민(15 %)였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자료는 중국 당국이 공식 집계하지 않는 ‘비공식 저항’의 일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표어 부착 행위는 단순한 낙서나 거리 풍자 수준을 넘어, 몇 가지 중대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시점에서 거리 저항의 언어가 직접적으로 ‘퇴진’ 요구를 담고 있다는 점은 알림 역할을 한다. 과거에도 2022년 ‘백지 혁명(Blank Sheet Revolution)’이라 불린 저항 움직임이 있었다.
전통적 의미에서 시위는 대면 집회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대자보·현수막·스티커·거리 낙서 형태 등 저밀도의 저항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검열 및 탄압이 매우 엄격한 중국 환경에서 ‘숨겨진 저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시위·저항의 주체가 단순히 학생이나 지식인에 국한되지 않고 노동자, 소유주, 마을 주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체제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당국은 내부 저항을 매우 민감하게 다루며, 공개적 비판은 극히 드물다. 이번처럼 거리 표어로 드러나는 것은 숨죽이던 분위기가 표면화되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
표어 하나, 거리 한구석에서 시작된 작은 외침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불만과 체제 내부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이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가 주의 깊게 지켜볼 시점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