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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31 |
조선중앙통신은 11월 2일 보도를 통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조용원과 리히용이 덕천지구탄광련합기업소 제남탄광을 방문해 “증산투쟁의 불길을 지펴올리고 있는 지하전초병들을 고무격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 경제의 실상보다는 정치적 연출과 체제 선전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당 제9차대회를 승리자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맞이하자”는 구호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실제 생산성과는 무관하다. 탄광 현장을 ‘혁명의 전초’로 신성화함으로써, 만성적인 석탄 생산 감소와 낙후된 안전시설 문제를 은폐하려는 선전효과에 불과하다.
북한의 탄광산업은 이미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설비 노후화, 전력 부족, 채탄 장비의 고장으로 인해 수년째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으며, 제남탄광이 속한 덕천지구 역시 사고와 인명피해가 반복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증산투쟁의 불길’은 경제정책이 아닌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보도문은 비서들이 “탄부들의 생활조건 개선에 깊은 관심을 돌리며”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형식적 표현이다. 실제로 북한의 광산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만성적인 영양실조, 낙후된 거주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전초병’이라는 표현은 이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군사적 충성의 언어로 대체한 것이다.
이러한 ‘현지료해’는 정책 점검이 아니라, 체제의 정당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순시’에 가깝다. 지도부가 현장을 찾는 것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부 결속과 ‘당의 지도력’을 재확인하는 상징행위에 불과하다.
보도는 제남탄광을 “대동력기지의 숨결을 지켜선 현장”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북한의 전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석탄 생산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화력발전소 가동률은 낮고, 민수용 전력 공급은 제한적이다. ‘대동력기지’라는 수사는 체제의 에너지 위기를 감추기 위한 허상이다.
“생산지휘에서 주도성, 창발성, 활동성을 발휘하라”는 지시는 자유로운 창의성의 발로가 아니라, 정치적 동원 명령이다. 자율적 혁신보다는 ‘충성경쟁’을 조장하는 구조 속에서 탄광 노동자들은 생산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성과 연출’ 압박에 시달린다. 결과적으로 ‘창발성’은 자발적 개선이 아닌, 체제 유지의 강제적 도구로 전락한다.
덕천지구 제남탄광의 현지료해는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현장 점검이 아니라, ‘당의 지도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상징을 보여주는 정치적 연극이다. 탄광의 현실은 ‘증산의 불길’이 아니라 ‘노동의 절망’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현지지도’ 보도는 생산 현장의 어려움을 덮고, 체제 충성심을 강화하기 위한 상징정치의 반복일 뿐이다. 결국 이 방문은 석탄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유지의 연료를 보충하는 행위였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