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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31 |
북한의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 창간 80주년을 맞이하며 성대한 기념보고회를 열었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단순한 언론 기념행사라기보다, 체제 유지의 도구로서 언론을 다시 한 번 ‘충성의 무기’로 재확인하는 정치적 의식에 가깝다.
《로동신문》은 본래 노동당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선전 매체로, ‘언론’이라 부르기조차 어렵다. 기사 내용 대부분이 김정은을 신격화하거나, ‘인민의 충성심’을 강조하는 선전문으로 채워져 있다. 이번 기념보고회에서도 ‘창간 80돌의 영광’이라는 미명 아래, 자화자찬식 발언과 충성 결의만이 오갔다.
‘기자와 편집원’들이 언론의 공공성을 논하는 대신 ‘당의 혁명사상 보급에 기여했다’는 표현으로 상찬된 점은, 북한에서 언론이 진실을 전하기보다 ‘진실을 만들어내는 체제 도구’로 기능함을 잘 보여준다.
이번 행사에는 일본 조총련계 매체인 조선신보사 대표단도 참가했다. 2015년 이후 10년 만의 참가라는 점을 북한은 특별히 강조했지만, 이는 ‘해외동포 언론’의 자율적 교류가 아니라, 정권 충성의 재확인 절차로 읽힌다.
조선신보는 명목상 재일동포 사회의 언론이지만, 실제로는 북한 당국의 홍보 위성 매체로 기능하며, 김정은 체제의 “성공적 정책”과 “조국의 위대성”을 미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 대표단의 ‘주석단 착석’ 역시 해외 선전전의 상징적 연출로 볼 수 있다.
‘기념보고회’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사실상 정치적 세레머니에 불과하다.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참석하고, ‘혁명적 언론전사’들을 찬양하며, ‘당 제9차대회를 향한 충성의 진군’을 외친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나 사회 비판의 공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스탈린 시대의 프라우다(Pravda), 마오 시대의 런민일보(人民日報)처럼, 언론이 권력의 ‘거울’이 아닌 ‘확성기’로만 존재하는 전형적인 전체주의 모델이다.
《로동신문》의 80년은 곧 북한 체제의 80년이다. 전쟁, 기근, 숙청, 정치범수용소 등 숱한 인권 참극 속에서도, 이 매체는 단 한 번도 권력을 비판한 적이 없다. 북한 주민에게 현실을 보여주는 대신, 허구의 ‘낙원’을 그려온 이 신문은 그 자체로 진실의 부재를 상징한다.
오늘날 세계 언론이 투명성과 사실 검증을 위해 노력할 때, 북한의 당 기관지는 여전히 ‘혁명 서사’ 속에 머물러 있다.
《로동신문》 창간 80주년 기념행사는 언론의 날이 아니라 선전 체제의 생일이다. 북한은 이처럼 ‘기념행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에는 ‘체제의 활력’을 과시하려 하지만, 실상은 내부 폐쇄와 사상 통제의 강화에 불과하다.
언론이 권력의 감시자가 아닌 찬양자로 전락한 사회에서, 진실은 언제나 ‘국가 기념일’의 뒤편에 가려져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