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르포] 대동강맥주, 거품 속의 체제 선전
  • - 통제된 소비의 상징
  •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보도한 대동강맥주공장의 신제품 개발 소식을 통해서 북한당국이나 선전매체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를 선전하고 있는지를 한번 살펴볼까 하는데요. 겉으로는 ‘경제 활성화’와 ‘소비문화 다양화’를 상징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경제정상화의 허상”이자 “통제된 소비문화의 연출”로 평가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노동신문에서도 평양의 매대에서 판매하는 군밤과 군고구마 선전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서 가을로 접어든 계절에 맞는 간식으로 군밤, 군고구마를 통해서라도 주민들의 영양분을 보충하려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술이라는 상품을 선전한 것은 북한사회의 특성상 잘 연결이 안되는 부분인 것이 사실인데요. 북한은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왜 이런 선전을 하는 것인지 그 의도와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대동강맥주 신제품 개발 보도, 총평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 이번 기사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경제선전용 홍보’라고 봅니다. 북한이 “과일맥주”나 “IPA맥주”를 언급한 것은 저도 IPA맥주는 잘모르는 상품인데요. 외형적으로 세계적 소비 트렌드를 흉내 내려는 시도이지만, 실제로는 체제 선전의 일환인 것이죠.

    북한은 항상 ‘자력갱생’과 ‘생활 향상’을 정치 구호로 엮어왔는데, 이번 기사도 같은 맥락에서 주민들에게 “우리 경제는 제재 속에서도 발전하고 있다”는 착시를 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부에는 정상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인데. 대동강맥주 하나를 가지고 정상사회로 속이려한다는 발상 자체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2. 예, 재미있는 발상같은데요. 그것도 북한이 ‘맥주 다양화’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 경제적 이유보다는 심리적·정치적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주민 불만을 완화하는 일종의 ‘체제 완충제’로 기능합니다. 북한은 경제난과 식량난, 단전 등으로 일상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맥주 소비를 “즐거운 생활의 상징”으로 포장함으로써 불만을 탈정치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맥주잔 속의 거품’은 체제의 피로를 덮는 정치적 연출인 샘이죠. 대동강 보트로 그렇고 보트를 타고 불고기를 먹는 선전들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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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기사에서 강조된 “보리 70%, 백미 30%” 배합비율은 기술적 의미가 있는걸까요?

    - 기술적 성취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원료 조달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양조산업은 효모, 포장재, 이산화탄소 등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제재 이후 이런 수입이 막히면서, 쌀을 섞어 원가를 절감하거나 ‘국산화’를 선전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인데요.

    결국 이는 품질 향상보다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의 자구책에 가깝고, 아무리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더라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위해 강조된 ‘상징적 수치’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4. 이번 보도에서 ‘경공업제품전시회’가 언급된 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경공업제품전시회–2025’는 사실상 대외 선전용 무대입니다. 평양 내 전시회는 외국인 방문객, 외교관, 특권층을 대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북한은 이를 통해 제재 속에서도 “경공업 발전”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자립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 내수시장, 다시말해 북한 장마당에서는 이런 제품이 거의 유통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시범용, 전시용 제품으로 머물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움을 더해 줍니다.

    5. ‘맥주 소비’를 통한 통제된 여가문화는 북한주민들에게 어떤 효과를 낼까요.

    - 북한의 음주문화는 북한당국이 관리하는 또다른 공간입니다. 겉보기에는 주민들의 자율적 여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고, 일상 속 충성심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간식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량난 등으로 야기되는 배고픔을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달콤함으로 해소시키는 것이죠.

    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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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서 “밀맥주를 맛보지 못하면 후회한다”는 표현은 단순 광고문구가 아니라, 개인의 욕망을 정치적 충성심과 연결시키는 수법인데요.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조차 당국의 허락이 필요하고 이 또한 지도받아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6. 북한이 ‘맥주산업’을 통해 얻으려는 정치적인 효과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는데, 대략적으로 세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선 제재 무력화 이미지를 조성하는 겁니다. 대북제재 속에서도 생산이 지속된다는 ‘경제 자립’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두 번째는 내부 결속의 강화입니다. 생활 향상을 보여주며 주민에게 “체제에 대한 신뢰”를 유도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이미지 세탁입니다. 외국 언론이나 국제사회에 “문화적 정상사회”로 비춰지려는 의도가 있다고 하겠는데요. 하지만 실상은 식량난과 전력난, 공장 가동률 저하 등 경제 기반 붕괴가 여전합니다.

    맥주의 거품은 주민들의 배고픔을 가리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자유와 풍요가 결여된 사회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 글쓴날 : [25-11-03 23:00]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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