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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32 | 
노동신문이 “세계일류급의 병원”이라며 평양종합병원 개원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실제로 이는 의료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정치적 선전의 무대에 불과하다.
북한의 의료 시스템은 만성적인 약품 부족, 전력난, 노후 장비, 비전문 인력 문제로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이 해결되지 않은 채, 외형만 화려한 병원을 내세우는 것은 ‘의료 선전’일 뿐 ‘보건 혁신’이 아니다. “세계일류급”이라는 표현은 주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체제 선전용 언어로 기능한다.
북한 정권이 “인민의 생명을 제일로 귀중히 여기는 어머니당의 사랑”이라 주장하지만, 평양종합병원은 일반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당 간부, 군 고위층, 외화벌이 기관 관계자 등 특권층을 위한 전용 의료시설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부 증언에 따르면, 지방 주민은 수도로 올라올 교통수단조차 없고, 병원에 들어가려면 ‘당 추천서’나 ‘보안서 승인’이 필요하다. 평양종합병원은 ‘전 국민 보건’의 상징이 아니라, 평양 중심의 계급적 의료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상징이다.
이 병원은 원래 김정은이 2020년 10월까지 완공을 지시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국제 제재로 인해 완공이 5년이나 늦어졌다. 이 기간 동안 김정은은 여러 차례 “건설 속도 미흡”을 질책하며 현장 간부들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개원 보도는 단순한 의료소식이 아니라, 정권의 “약속 이행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다. ‘의료 발전’보다는 ‘김정은의 지도력 복원’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성격이 훨씬 짙다.
노동신문은 병원을 “사랑의 집”이라 표현하지만, 실제로 병원은 인민의 자유로운 치료 공간이 아니라 당의 통제 장치다. 의료 기록은 국가 보안 자료로 취급되며, 환자 동향은 보위부가 감시한다. 특히 고위 간부의 질병은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의료진은 비밀유지 서약을 강요받는다.
따라서 이 병원은 ‘치유의 공간’이 아니라 ‘통제의 공간’이며, 환자의 생명을 존중하기보다 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정치 병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인민의 병원은 대리석 외벽이나 구호가 아니라, 약품 공급의 안정성과 의료 인력의 전문성, 그리고 환자 접근성에서 판가름난다. 평양종합병원은 이러한 기본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정치적 상징물로 전락했다.
‘당의 은정’을 강조하는 문장은 결국 의료의 본질을 흐리고, 국가가 아닌 개인의 생명을 중심에 둬야 할 의료의 본래 목적을 왜곡한다.
평양종합병원 개원은 인민의 건강을 위한 의료적 진전이 아니라, 김정은 체제가 추진하는 “정치적 의료 쇼케이스”의 완성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병원을 세우고자 한다면, 선전 구호보다 의료 현실의 투명한 공개와 국제 협력 복원이 먼저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세계일류급 병원”이라는 구호는, 체제 선전에 불과한 빈 껍데기로 남을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