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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32 |
도쿄 아다치구에서 열린 ‘도쿄제4초중 창립 80주년 기념행사’는 표면적으로는 민족교육의 역사적 성취를 기념하는 행사였지만, 그 이면에는 재일조선인 사회의 폐쇄성과 북한식 정치 선전의 지속이라는 오래된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행사에는 총련(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교육행사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해외 충성 기반’을 과시하는 정치적 행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쿄제4초중’은 1945년 조국해방 직후 설립된 일본 내 최초의 조선학교로, 본래는 전후 혼란 속에서 조선인 아동들의 언어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순수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총련의 강력한 통제 하에 들어가면서 교육 현장은 사실상 북한의 이념 전파 기지로 변질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이 학교의 행사에서는 ‘수령님 은덕’과 ‘사회주의 조국의 발전’을 찬양하는 노래와 공연이 이어지고, ‘조국 사랑’은 곧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으로 등치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생들의 정체성 교육은 자유로운 사상 형성이 아니라 정치적 복종으로 왜곡된다.
행사에는 일본의 교육위원과 지방의원들도 참석했지만, 이는 주로 ‘다문화 공존’이라는 명분 아래 외교적 예의를 표하기 위한 형식적 참여에 불과하다.
실제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는 여전히 공적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그 원인 중 하나는 북한 체제 찬양과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 회피이다. 조선학교는 일본 교육 제도와 협력하기보다, ‘우리만의 길’을 강조하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선학교 학생들은 일본 사회의 시민으로도, 자유로운 세계의 구성원으로도 온전히 성장하지 못하는 이중의 단절 속에 놓여 있다. ‘버팀목’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는 것은 민족교육의 지속이 아니라, 북한식 사상 통제 아래 묶여 있는 구조적 정체상태일 뿐이다.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학교라면, 이제 과거의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의 재일조선인 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김정은 체제의 통제를 벗어나 일본 사회와의 개방적 교류, 그리고 민주적 가치 기반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령에게 바치는 편지’가 아니라, ‘자유로운 사유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도쿄제4초중 창립 80주년은 민족교육의 역사적 유산을 돌아볼 기회였지만,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체제 이념에 종속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과거의 ‘버팀목’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없다.
북한의 정치적 구호가 아닌, 열린 시민사회 속에서의 진정한 교육 자립이야말로, 재일조선인 사회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