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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33 |
조선신보가 보도한 “전국적인 시력장애자조사 및 등록사업 진행” 기사는 겉으로 보기엔 ‘복지 확대’와 ‘권리 보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북한식 통제와 관리체계 강화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이 시력장애자에 대한 “전국적 조사와 등록”을 강조한 것은 인도적 접근이 아니라, 국가가 장애인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철저히 감시하고 배치하려는 행정적 통제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선맹인협회가 “장애자권리보장법의 시력장애자 관련 조항 이행”을 강조했다는 점은, 북한이 외부 세계—특히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CRPD) 등 국제기구—에 보여주기 위한 선전용 구호에 가깝다. 실제 북한의 장애인들은 교육, 이동, 고용 등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예컨대 시력장애자가 운영하거나 근무할 수 있는 “광명공장”이나 “시력장애자학원”은 국가가 승인한 제한적 시설에 불과하며, 이곳에서의 활동은 생산성이 아니라 ‘충성심 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장애인을 자립적 시민으로 보지 않고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삼는 북한 특유의 인권 인식의 단면이다.
북한식 “등록사업”은 권리보장보다 통제를 위한 수단이다. 실제로 이러한 등록제도는 주민들의 거주·직장·출신성분을 통제하는 내각 행정지도국의 사회관리시스템과 연동된다. 다시 말해, 시력장애자는 국가에 의해 “등록된 존재”로서만 인정되며, 자유로운 이동이나 직업선택의 권리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특히 북한에서는 장애가 군 복무 불가능 사유로 분류되기 때문에, 장애인 등록은 동시에 ‘군 복무 면제자 명단’으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이들은 체제 충성의 의심 대상으로 관리되거나, 반대로 체제의 ‘자비’를 선전하기 위한 홍보용 모델로 선택된다. 이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인간 존엄에 기초한 복지정책”과는 정반대다.
조선맹인협회가 주최한 “실무강습”과 “현지료해”는 실질적인 직업재활 교육이라기보다, 국가가 허용한 협동조합식 ‘집단 생산’ 통제에 가깝다. 협회는 자율적 비정부기구가 아니라, *내각 사회보장성 산하 조직*으로, 독립적 활동이 불가능하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협회 회원들은 대외 언론용 사진촬영이나 ‘장애자 예술공연’ 등 선전행사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 생계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장애인의 직업활동이라는 표현조차도 체제 충성의 수행으로 전환되어 버리는 셈이다.
이번 보도 시점(2025년 11월 초)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논의 시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번 “시력장애자 조사 및 등록사업” 홍보는 명백히 국제 여론을 의식한 외교적 포장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2008년 가입)을 근거로 ‘장애인 권리보장 체제’를 과시했지만, 유엔 조사관의 현장 접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즉, 이번 보도는 “장애인 인권 개선”이 아니라 “인권 비판 회피용 통계 만들기”에 불과하다.
북한이 말하는 “권리보장”은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 안정을 위한 ‘관리 보장’이다. 장애인을 독립적 사회 구성원이 아닌, 국가의 승인 아래 존재하는 대상—심지어 ‘관리해야 할 인구’—로 취급하는 한, 조선맹인협회의 활동은 아무리 포장해도 복지정책이 아닌 통제정책이다.
진정한 권리보장은 조사나 등록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율성과 인간 존엄을 인정하는 제도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이 이를 외면하는 한, 그들의 “복지 선전”은 허위와 선전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