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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34 |
북한 노동신문은 11월 6일자 기사에서 〈사회주의제도가 꽃피운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교사와 제자, 장애인 결혼식, 전쟁로병 돌봄, 농촌지원 등 ‘따뜻한 인간미’를 강조하는 미담 사례들을 장황하게 소개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북한 사회의 실상을 감추기 위한 전형적인 체제 미화 선전물로, ‘인민의 미풍’이라는 말 뒤에 감춰진 통제, 빈곤, 국가 주도의 감정 연출을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신문은 “온 나라가 한 대가정처럼 서로 돕고 이끄는 사회”를 찬양하지만, 실제로 북한의 주민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보고해야 하는 감시망 속에 놓여 있다. ‘인민반’, ‘로동단체’로 이어지는 수직적 조직망은 주민 간의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통제와 정치적 충성심 감시를 위한 구조로 작동한다.
기사가 묘사한 “모란봉구역 50인민반의 스승 생일 축하” 역시 자발적 우정이 아닌 정치적 연출로 볼 수 있다. 제자들이 “혁명적 도덕의리”를 다짐하는 모습은, 사제 관계의 따뜻함이 아니라 당이 요구하는 충성심의 재확인 의식에 가깝다. 개인의 삶이 아니라, 체제의 충성심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신문은 장애인 청년의 결혼식을 돕는 당 기관과 지역주민의 ‘따뜻한 손길’을 강조하지만, 이는 실제 복지체계의 부재를 드러내는 반증이다. 북한에는 장애인 복지나 사회 안전망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선행’은 당의 지시나 언론의 선전용으로만 이루어진다.
이처럼 장애인 결혼을 ‘사회주의의 덕’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가가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베푸는 시혜자로 연출하는 수법이다. 실상은 결혼식조차 국가 허락과 조직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회라는 점을 은폐한다.
만포시 의사 부부가 로병을 정성껏 간호했다는 미담은 언뜻 감동적으로 보이지만, 이 이야기는 북한 의료체계의 구조적 붕괴를 오히려 증명한다. 일반적으로 환자 돌봄은 의료 시스템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지만, 북한에서는 약품 부족과 병원 기능 마비로 인해 개인의 희생과 정성에 의존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즉, 당이 선전하는 ‘따뜻한 사회주의 의료’는 국가가 의료 책임을 방기한 결과 생긴 개인의 고통을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
기사 말미에 등장하는 ‘물길건설사단의 농장 지원’은 북한식 노동력 동원 체제의 전형적인 사례다. 당은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다는 자각”이라는 미명 아래, 군인·노동자·학생들을 수확기에 강제로 농촌으로 내보낸다. 이것을 신문은 ‘한마음한뜻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강제노동과 생산 압박의 현장이다. 이 같은 선전은 주민에게 “사회주의는 아름답다”는 감정을 주입하기 위한 심리적 통치 수단으로 사용된다.
노동신문이 말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실제로는 국가가 인민의 일상까지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는 비극의 이야기다. 북한에서 개인의 선행이나 감동은 체제 선전의 재료로 흡수되고, 인간의 자율적 관계는 ‘당의 은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결국 이 기사에 묘사된 ‘사람 냄새 나는 사회주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유를 박탈당한 사회에서 인민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강요된 감정극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