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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35 |
‘조선신보’ 창간 80주년을 맞아 열린 축하연은 본래 언론의 사명과는 거리가 먼 자기 찬양의 무대로 변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창간세대의 애국정신 계승”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나, 정작 그 ‘애국’이란 것이 북한 정권과 재일총련의 정치적 충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언론정신과는 전혀 무관하다.
행사 참석자 명단은 ‘총련중앙 간부’, ‘애국적 상공인’, ‘단체 책임일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립적 언론인이나 비판적 사상가의 이름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즉, 언론의 자유나 사회적 책임보다는 체제 선전의 일환으로 기능해온 ‘조선신보’의 지난 80년이 스스로를 미화하는 의식으로 재현된 것이다.
행사에서는 ‘조선신보’의 80년 역사를 되짚는 영상편집물이 상영되었다고 하나, 그 내용은 “총련의 헌신과 조국의 발전상”을 강조하는 선전물에 가까웠다. 해방 이후 총련 기관지로서 일본 내 조선인을 감시하고,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던 ‘조선신보’의 실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특히 북한 정권이 해외 동포사회를 통제하는 도구로 ‘조선신보’를 활용해온 역사적 맥락은 철저히 삭제되었다. ‘애국’이라는 미명 아래 자율적 사유와 언론윤리가 짓밟혀온 80년을 ‘영광의 역사’로 포장한 것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조선신보’는 언론이 아니라 총련의 ‘기관지’다. 북한의 대외 선전 전략 속에서 일본 내 여론을 관리하고, 재일동포 사회를 체제 충성의 틀 안에 묶어두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실제로 북한의 인권침해나 탈북자 문제, 강제노동, 식량난 등 민감한 주제는 단 한 차례도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서는 ‘창간세대의 언론정신’을 운운하며 ‘민족의 목소리’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나 ‘조선신보’가 말하는 ‘민족’은 북한 정권의 이익과 동일시된 정치적 개념일 뿐, 일본 내 조선인들의 다양한 현실과 목소리를 대변한 적은 거의 없다.
기사에는 “언제나 조선신보사에 협력과 방조를 주고 있는 애국적 상공인들”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독립성을 해치는 정치-경제적 결탁의 상징이다. ‘조선신보’는 상공인들의 자금을 통해 북한 선전사업을 이어오며, ‘충성’과 ‘후원’을 거래해온 구조를 고착화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보급과 확대사업’은 독립적 언론의 성장이라기보다, 북한 정권의 대외 선전망 유지에 필요한 ‘재정동원사업’에 불과하다. 언론을 ‘충성의 증거물’로 만든 체제가 바로 총련식 ‘애국주의’의 실체다.
‘조선신보’의 80년은 언론의 역사가 아니라 선전의 역사였다. 언론이 정권의 도구가 될 때, 진실은 침묵하고 허위가 전통으로 포장된다. 총련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조차 차단된 지금, ‘창간세대의 애국정신’이라는 수사는 공허하다.
진정한 애국은 체제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언론의 책무를 회복하는 데 있다. ‘조선신보’가 진정 8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자 한다면, 그 첫걸음은 자기 비판과 언론 자유의 회복이어야 한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