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독자 제공 |
뉴질랜드 정치권이 중국 공산당의 내정 간섭과 대만 관련 압박 행위를 강력히 비판하며 외교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 《포스트》와 Stuff의 보도에 따르면, 왕샤오룽(王小龍) 주뉴질랜드 중국 대사가 최근 대만의 국경일인 ‘쌍십절(雙十節)’ 리셉션에 참석한 뉴질랜드 국회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국가의 외교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질책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한은 참석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의원들의 참석은 뉴질랜드의 외교 원칙을 훼손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뉴질랜드 정치권은 “이는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외국의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뉴질랜드 외무장관 윈스턴 피터스는 왕 대사의 행동을 “실수해서는 안 될 실수(a mistake that should not have been made)”라고 규정하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피터스는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이 대만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뉴질랜드의 외교 정책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의원들이 유권자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외교적 판단도 독립적으로 내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왕 대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매우 얕다”며 “기회가 된다면 직접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지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쌍십절’ 행사에 참석했던 로라 맥클루어 의원은 “중국 공산당이 뉴질랜드 의원들이 누구를 만날지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의회는 주권을 가진 기관이며, 민주 제도 아래 의원들은 자유롭게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맥클루어는 국제 초당적 의원 네트워크인 ‘국제 간 대중 의회 연맹(IPAC)’의 일원으로, 중국의 세계 민주국가 영향력을 감시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전직 의원 루이자 월과 사이먼 오코너 역시 왕 대사의 서한을 “중국 공산당의 대외 선전과 정치적 협박”이라 규정하며, “외국 정부가 국회의원들에게 누구를 만나야 한다고 지시하는 것은 외교가 아닌 간섭이며, 사실상 정치적 협박 행위”라고 비판했다.
Stuff의 보도에 따르면, 왕샤오룽 대사의 서한은 ‘쌍십절’ 행사에 직접 참석한 의원들에게만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회 관계자들은 “이는 중국이 뉴질랜드 전역의 친대만 활동을 감시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사실상 간첩 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월과 오코너는 공동 성명에서 “이 사건은 단발적 해프닝이 아니라, 민주 국가의 정치적 발언을 제약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세계적 전략의 일부”라며 “중국은 감시, 협박, 허위 정보로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비판적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누가 의원들의 참석 여부를 보고했는가? 뉴질랜드 국민은 자신들의 대표가 외국 세력의 감시를 받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주재 타이완 대표 오강안(吳剛安) 여사는 《포스트》 인터뷰에서 “중국 대사의 편지는 뉴질랜드 내정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은 대만과 교류하는 모든 국가를 협박하고 위협한다. 이는 그들의 강압적 외교 방식일 뿐 아니라, 스스로의 불안과 내면의 두려움을 반영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월과 오코너 전 의원은 “민주주의는 두려움과 은밀한 압박에 의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뉴질랜드가 위협에 굴하지 않고 대만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대만과 함께하는 것은 단지 외교 문제가 아니라, 뉴질랜드가 지켜온 자유, 존엄, 선택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이라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협박으로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 공산당의 ‘전랑(戰狼) 외교’가 남태평양 지역에도 확산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뉴질랜드 정치권이 일치단결해 “민주주의를 침묵시키려는 외세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은 향후 대중 외교 노선과 대만 문제에 대한 뉴질랜드의 외교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