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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36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은 11월 7일 노광철 국방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최근 한·미 연합훈련과 미 해군 항공모함 전개를 문제 삼으며 ‘대응 의지’를 경고했다.
담화는 외부군사활동을 ‘림계초과’·‘전쟁열 고취’ 등 과장된 어휘로 묘사하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전형적인 선전 수사를 반복한다.
문제는 담화의 논리구조 자체다. 외교·안보 현안은 통상적으로 상대 행위의 맥락(훈련의 목적·범위·공개성)과 위협의 실효성, 그리고 군비행동이 초래하는 리스크를 함께 따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그러한 객관적 맥락 제시 없이 ‘미·한의 적대성’만을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필요한 방식’의 보복·억지(예방적·선제적 함의가 담긴 표현 포함)를 공언한다. 이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외부에 대해 정당성 없는 위협으로 보일 여지가 크다.
한·미 측 활동은 공개된 연합훈련과 미 7함대의 통상적 전개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최근 미 핵추진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 전개와 연계된 보도는 해당 함대가 지역에서의 억제력 유지와 연합훈련 참여 차원에서 움직였음을 전하고 있다.
미·한 연합공중훈련 ‘Freedom Flag’ 등도 동맹의 억제력·상호운용성 강화를 목적으로 공지된 연례훈련이다. 이런 사실관계는 “북의 안전을 위협하기 위한 고의적 과잉행동”이라는 담화의 단정과는 별개로, 훈련의 성격과 공개성을 통해 일부 설명된다.
담화의 또 다른 위험성은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위기고조다. 정권 수반과 군(정) 지휘부가 자국 주민들에게 외부 위협을 강조하면, 통제된 정보 환경에서는 대중이 ‘즉각적·단호한 대응’을 지지하도록 동원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동원이 실제 군사적 대응으로 이어질 때, 우발적 충돌·오해·오판의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는 점이다. 한반도는 화력·재래식·비대칭 능력이 혼재한 특수한 안보지형이다. 상호 신호가 격화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책임의 쌍방성이다. 북은 외부군사활동을 비난하지만, 핵·미사일 개발 및 위협적 군사행동 자체가 지역 안보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원인이라는 국제적 평가도 존재한다.
군사적 억지와 위협이 쌓이면 상대는 규모와 성격을 조정해 대응하기 마련이며, 이는 다시 새로운 위협 담화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북의 담화는 문제 제기의 일부 타당성을 가질 수 있으나, 외부 활동을 ‘전부 악의적 의도’로 환원하는 일방적 프레임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스스로 좁힌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제언이다. 긴장을 낮추고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려면 다음과 같은 실무적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투명성 확대로 연합훈련 규모·지역·일정에 관한 사전 통지 및 관찰·소통 채널을 활용해 오해를 줄여야 한다. 훈련의 방어적 성격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위기관리 핫라인 활성화로 군사적 신호가 오갈 때 즉시 소통할 수 있는 직통 채널을 상시 가동하고, 오판 방지를 위한 규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세번째는 외교적 병행조치로써 군사행동만으로는 신뢰를 만들 수 없다. 인도적 사안, 경제·보건 협력 등 비군사 분야에서의 대화 창구를 병행해 신뢰를 점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선전의 책임성 확보라는 차원으로 정권은 국민 결속을 위한 선전이 지역 안보에 미칠 부정적 파급을 고려해야 한다. 불필요한 도발적 표현은 지역 전체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결론적으로, 노광철 담화는 북 내부의 정치적 메시지 전달과 대외적 억지의 의도를 동시에 갖춘 전형적 선전물이다. 다만 한반도의 안보 현실은 단순히 한쪽의 ‘적대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한 실무적 조치와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한, 담화와 같은 강경 발언은 어느 쪽에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