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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36 |
노동신문이 보도한 대성구역당학교의 “새시대 5대 당건설로선 학습 열풍”은 표면적으로는 ‘사상적 단련’의 장처럼 묘사되지만, 실상은 사상 교조주의를 제도화하는 북한식 ‘정치 감시 시스템’의 일환에 불과하다.
보도에서 강조하는 정치·조직·사상·규율·작풍 건설은 모두 김정은 개인의 권위와 충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직적 구조의 세부 항목으로, 자율적 토론이나 비판적 사고의 여지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교원들의 학습’은 교육이 아니라 ‘사상 검증 절차’이며, 학교는 지식의 공간이 아니라 충성심의 순도를 측정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노동신문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인 “불후의 고전적 로작”은 김정은의 연설과 지시문을 일컫는 당의 공식 용어다. 이는 ‘고전’이라 불릴 만큼 역사적·이론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자의 발언을 절대화함으로써 비판 불가능한 종교적 성역으로 만드는 수사적 장치다.
대성구역당학교 교원들이 이러한 ‘로작’을 학습한다는 것은 곧 정치사상의 무조건적 암송과 복제이며, 교육 현장이 스스로 지적 생명력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신앙의 주입, 교육이 아니라 복종의 훈련이다.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혁명사상을 교수사업에 철저히 구현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사실상 ‘정치적 세뇌 프로그램’의 강화다.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탐구나 비판이 아니라, 지도자의 사상 문구를 정확히 외우고 충성심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혁명사상 체득”은 ‘자기 사고의 중지’를 의미하고, “교수사업에 구현”은 체제 선전의 확대를 뜻한다. 그 결과 북한의 당학교는 당 간부를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복종의 관리자를 재생산하는 공장’이 되고 있다.
‘새시대 5대 당건설로선’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한 내부 통제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정치적 방책이다. 경제난, 외교 고립, 내부 불만이라는 현실적 위기를 사상통제와 충성교육으로 덮기 위해 ‘학습 열풍’이 동원되고 있다.
대성구역당학교의 교원들이 “오늘도 학습에 힘을 넣고 있다”는 문장은 체제의 충성 의무가 매일의 일상으로 강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북한이 말하는 “새시대의 당건설”은 진정한 개혁이나 혁신이 아니라, ‘사상의 통제’를 통한 체제 유지 전략이다. 대성구역당학교의 학습 풍경은 ‘교육의 활력’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의 사망’을 상징한다.
“불후의 로작”을 읽는 교원들의 모습은 새로운 세대를 이끄는 지성의 표상이 아니라, 권력의 언어에 복종하는 ‘사상의 관제 요원’의 초상에 가깝다.
결국 “새시대 당건설로선의 진수”란, 지도자의 말만 옳다고 강요하는 전체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