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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36 |
조선신보사 대표단이 평양의 《로동신문》사를 방문한 이번 행사는 명목상 ‘동지적 관계 강화’였으나, 실제로는 언론의 자율성과 진실보도를 철저히 포기한 정치 의례에 불과했다.
기사 전체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에 대한 찬양으로 일관하며, ‘언론인’이 아니라 ‘선전요원’으로서의 충성심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김정은 원수님의 사상과 령도를 높이 받들고”라는 표현은 언론의 사명이 진실 탐구가 아니라 ‘영도자의 뜻을 해설하고 미화하는 것’임을 다시금 드러냈다.
《로동신문》은 북한의 절대적 통제 하에 있는 당 기관지이며, 《조선신보》는 일본 내 재일총련 조직의 기관지이다. 이번 상호 방문은 ‘동지적 관계’라기보다 ‘지휘-복종 관계’를 재확인하는 행사에 가깝다.
박영민 책임주필이 “조선신보는 수령의 은정 속에서 발전해왔다”고 언급한 대목은 언론의 주체적 성취를 부정하고, 오직 ‘은혜’와 ‘지시’에 의해 존재하는 언론의 종속적 현실을 보여준다. 언론 간의 협력이라기보다, ‘충성심 평가회’와 다를 바 없는 정치적 연출이다.
조선신보사는 본래 일본 내 재일조선인 사회의 현실을 기록하고, 동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언론기관이다. 그러나 기사에서 보이듯 “일본 반동들의 악랄한 도전 속에서도 애국의 넋, 주체의 넋을 심어주었다”는 발언은 동포 사회의 다양성과 고통을 지워버리고, 북한 정권의 ‘외곽 선전창구’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일동포 사회의 세대 단절, 인권 문제, 북송사업 피해 등의 실제 현안은 철저히 침묵된 채, 오로지 ‘수령 찬양’과 ‘충성의 언어’만이 반복된다.
《로동신문》 창간 80돌을 계기로 북한은 자신들의 ‘언론 체제의 영광’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실상 언론의 퇴락과 체제의 피로를 감추기 위한 상징 행사에 불과하다.
진정한 언론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의 거리감과 진실에 대한 책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두 기관이 ‘진실의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의 증폭기’임을 자인한 자리였다.
북한이 자랑하는 ‘언론의 동지적 관계’란 곧 진실로부터의 집단적 이탈이며, 그 결과 남는 것은 신뢰를 잃은 선전지의 잿빛 역사뿐이다.
조선신보와 로동신문이 내세우는 ‘동지적 관계’는 언론의 상호 존중이 아닌 체제 선전의 공모관계이다. 그들이 ‘혁명사적비’를 돌며 “수령의 사랑과 배려를 깊이 새겼다”고 말할 때, 언론은 이미 권력의 상징물에 절을 올리는 종교 의례로 전락했다.
이 만남은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유로운 보도가 왜 체제의 가장 큰 적으로 간주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