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72] 배우자의 회심에 대하여
  • 제러미 M. 크리스천슨 Jeremy M. Christiansen is an associate professor of law at Regent University Law School in Virginia Beach, Virginia.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 최근 미시시피 대학교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JD 밴스는 자신의 아내 우샤가 가톨릭으로 개종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 반발은 신속하고도 가혹했다. 사람들은 부통령이 아내의 선택과 힌두교 신앙을 존중하지 않는 나쁜 남편이라고 비난했다.

    대부분은 단지 소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반발은 불행한 현실을 드러낸다. 그것은 미국식 ‘소문자-l’ 자유주의의 종착점이다. 그 세계관에서 궁극적 진리는 개인의 자율성이며, 부통령이 공개적으로 아내의 회심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자유주의 종교에서 ‘근본적 죄악’—즉 타인의 영적 자율성에 대한 침해—을 범한 셈이 된 것이다.

    부통령의 혼인 상황은 드문 일이 아니다. 피우 리서치 센터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결혼의 약 25%가 종교가 다른 배우자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필자 역시 몇 년 동안 그 통계 안에 속했던 사람이다.

    나와 아내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LDS)에서 성장했고, 선교사로 봉사했으며, 로스앤젤레스 성전에서 결혼했고, 경건한 후기성도 가정 출신이었다. 우리 자신도 독실한 신자였다. 결혼한 지 약 10년이 되어 네 자녀를 두었을 때, 필자는 LDS 신앙을 떠나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당시 아내는 자신의 신앙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모든 사람의 경험이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회심 이야기를 여러 매체에 쓴 이후 수년 동안 이런 이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 “저는 가톨릭으로 개종했지만 제 배우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에 대해 필자는 두 가지 관련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단순한 명령 : “남편들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어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신 것같이 아내를 사랑하라.” (에페소서 5장 25절)

    사랑이란 곧 타인의 선을 의지하는 것이며, 하느님은 최고의 선이시다. 또한 ‘종교’는 정의(正義)의 덕에 속하는 바, 우리가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것을 드리는 행위이므로, 남편은 아내가 참된 종교를 믿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JD 밴스는 아내가 회심하기를 바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도 여러 차례 아내에게 그녀가 회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그 바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인의 선을 의지한다’는 개념은 이미 자유주의화된 미국인들에게 거의 사라진 개념이다. “너는 너답게 살아라(You do you)”가 오늘날의 표어이지만, 그것은 자비 없는 표어이다.

    둘째, 우리가 배우자의 회심을 바란다면, 그 뜻을 어떻게 ‘신중하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아내와 내가 서로 다른 신앙을 가졌던 시기에 필자를 인도한 본당 사제에게 깊이 감사한다. 그는 나에게 무관심도, 강요도 피하라고 조언했다. 대신 ‘신중함(prudentia)’을 권했다. 아퀴나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중함의 통치는, 사람이 어떠한 방식과 수단으로 덕을 얻을지를 판단하는 것에 있다.”

    모든 결혼은 다르다. 따라서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언제 ‘어려운 대화’를 할 때인지, 언제 그냥 넘어가야 할 때인지는 부부마다 다르다. 나보다 내 아내와 우리의 관계, 가족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신중함은 올바른 일을, 올바른 이유로, 올바른 때와 장소에서 행하도록 돕는다.

    결국 우리의 의지를 하느님께 향하게 하는 것은 그분의 은총이다. 우리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언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초대를 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사제는 현명하게도 “성사 생활을 충실히 살고,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그것이 결국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내가 전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하다.

    하느님을 신뢰하라. 절망하지 말라. 그리고 기억하라. 배우자의 회심을 바라는 진심 어린 희망을 신중하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하느님께서 그 영혼을 부드럽게 끌어당기시는 ‘실오라기 같은 흔들림(the twitch upon the thread)’이 될 수 있음을.

    JD 밴스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1-09 08:47]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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